고린도후서 강해 18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

7:2-7

지난 주일에 믿지 않는 사람들과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는 말씀이 결혼이나 동업관계에도 해당될 수 있겠지만, 문맥상 교회에 관한 말이었다고 살펴보았다. 

믿지 않는 사람과 함께 멍에를 메지 말라. 

즉, 교회에 있긴 하지만 바울을 받아들이지 않고 바울이 전한 복음/예수를 받아들이지 않는 실제로는 믿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지 말라.

그러나 반대로 말해 본다.

진실로 믿는 사람과 함께 멍에를 메라. 그런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세워나가라.

오늘 본문은 그런 관계를 이렇게 표현한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

1. 본문 설명

(1) 배경

2:13에서 고린도교인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회개를 촉구하는 ‘눈물의 편지’를 쓴 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드로아를 떠나서 마케도니아로 갔다는 이야기를 한 후, 여기(7:4)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가 7:5로 이어져서 마케도니아에서 디도로부터 오는 소식을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드디어 기쁜 소식이 왔다는 내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즉 2:14~7:4까지는 관계의 불편함 때문에 길게 많은 말을 한 내용이다.

드로아에서 전도의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도무지 집중할 수 없어서 마케도니아로 가면서 여러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었다. 그래서 심한 소리를 하기도 하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그럴 수가 있냐는 말도 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하기도 하였다.

주로 자신을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말들이었다.

그러나 디도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안심한다.

믿지 않는 사람과 멍에를 메지 말라는 심한(?) 말도 결국은 책망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끼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자신과 자신이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인 이제 그들을 크게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들로 인해서 위로가 되고 기쁨이 넘친다.

(2) 바울은 왜 고린도교인들과의 관계에 이토록 목을 매는 걸까?

(a) 자신을 받아들이느냐 여부가 자신이 전하는 복음/예수를 받아들이느냐 여부이기 때문이다.(지난 주일에 설명)

(b)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바울의 이미지를 고려할 때 이는 놀라운 반응이다.

꼬장꼬장하고, 불의에 전혀 타협하지 않고, 철통처럼 강인한 의지력, 활활 타오르는 열정, 죽음을 불사하는 사명감... 보통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필요 없다. 하나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바울이 이토록 긴 편지를 쓰는 이유가 뭔가? 

‘나를 그렇게 몰라본다? 관두라고 해! 지 손해지!’ 이게 아니다. 

고린도교인들 때문에 속상하고 갑갑하고, 속 터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다가도, 그들이 마음을 좀 돌이켰다고 하니까, 한없는 위로가 되고 기쁨이 넘치고 그들이 너무너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고... 

왜 이러나? 좀 돌았나? 좀 지나친 것 아닌가? 

아니다. 지극히 정상이다. 복음 안에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3절 여러분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것입니다.

2. 교회는 이런 사이

(1) 교회에 대해서 거창하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교회는 거룩한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성전이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성전의 벽돌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이 더 피부에 와 닿지 않나?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

개역개정: 함께 죽고 함께 사는 사이

롬 12:15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2) 교회는 왜 이런 사이인가?

하나님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은 서로가 필요한 존재다. 

세상을 등지고 혼자 사는 사람? 심한 상처를 받은 안타까운 사람이다.

관계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함께 누리고, 서로 도와주고 도움 받으면서 살아가고,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면서 살도록 되어 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셨다.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멍에를 메고 세워나가는 곳이다.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사역을 해 나가고, 마음을 나누어 가는 곳이다.

3. 방해요소

이런 교회/이런 사이를 만드는 데 방해요소가 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갖는 것이다.

인생에 가장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사람과의 관계다. 사람이 문제이고 사람이 답이다. 사람이 답이고 사람이 문제다. 사람이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다. 그래서 이런 관계를 꺼리고 거리를 두게 된다. (적절한 거리는 절대적으로 필요)

(1) 대인관계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다. 자기애 혹은 자존감

자신을 사랑하는가? (이기심 말고) 자부심이 있나?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기애가 우선 되어야 한다.

우리의 자기애는 나르시시즘이나 자기중심적 착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온다.

내가 무엇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사랑.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했기 때문에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미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존재로 고귀하게 살아간다.

이것이 복음이다!

(2) 대인관계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능력인데, 중요한 것은 친밀감을 잘 형성하느냐다.

여기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민감성, 반응성, 일관성. 

민감성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필요와 감정을 예민하게 알아채는 것이다. 

반응성은 민감하게 알아차린 것을 말과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 예쁘게)

일관성은 변덕스럽지 않게 일관성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럴 때 신뢰가 생긴다. 

친밀감을 잘 형성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표정을 살펴보면 된다. 

무표정한 사람은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표정이 살아 있는 사람은 친밀감을 잘 형성한다. 

평소에 섬김이 몸에 밴 사람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3) 바울은 고린도교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던가?

오해와 거절/배척으로 인해서 바울의 마음은 심하게 상했다.

바울이 수고하며 개척한 교회라서 배신감도 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 쓰며 기도하며 애쓰고 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4. 바라는 바

(1) 한 교회를 다닌 지 5~10년 정도, 같은 목장에서 몇 년을 지내게 되면, 알게 모르게 이런 사이가 되는 것 같다.

서로의 사정도 훤히 알게 되고, 장점과 단점도 다 알게 된다.

한 때 그 사람의 단점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상처 받기도 했다. 그런 게 싫어서 한 동안 거리를 두기도 했다. 교회를 쉬기도,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나님 때문에 또 다른 사람들 때문에 완전히 끊어 버리지도 못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 덧 단점도 그냥 그러려니 해 지고, 장점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단점은 어차피 못 고치니까... 그냥 내가 외워야 하니까....

이 나이에 아무도 모르는 낯선 교회에 가서 처음부터 새로 하는 것도 자신이 없다. 안 믿는 배우자/자녀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그러다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 

돌이켜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되었다.

일 년에 주일 52회, 목장 52회(적어도 20-30회), 그 밖에도... 

이 나이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이가 어디에 있나!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도 함께 체험하게 되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며 갑갑해 했는데, 어느 날 기적도 일어난다. 하나님의 역사를 본다.

(2) 어머니 장례식을 치루면서 모교회(올해 70주년)의 오랜 관계들을 새삼스럽게 보게 되었다.

아버지는 거의 60년을 다니시는 교회. 한 교회에서 40-50년을 한 교회를 다니신 장로님들, 권사님들.... 신앙생활을 같이 하고, 사업/직장생활을 위해서 같이 기도하고, 자녀들 자라는 것을 같이 보고, 이제는 늙어서 죽을 때까지 같이 한다. 우리 교회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3) 교회의 존재목적은 ‘영혼구원, 제자 만들기’다. 하지만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이 되면 관계가 힘들어진다. 교회의 존재목적보다 더 우선인 계명은 서로 사랑이다. 

교회는 우선적으로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모인 곳이다. 전도하는 이유도 하나님의 사랑, 우리의 사랑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예) 김재정 목사님의 칼럼

좋은 친구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도 받아 줄 수 있는 관계 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고 이해해 주고 실수나 약점이 흉이 되지 않으니까 긴장하지 않고 마음이 편안 합니다. 이런 사람과 같이 있으면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면서 저절로 마음에 힐링이 됩니다.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서 맺어진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관계는 필요가 없어지면 자연히 관계가 끊어집니다. 영적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신앙생활을 해도 단지 영적 필요를 채우는 것을 위해서만 만나면 참된 영적 관계가 맺혀지지 않습니다. 그런 영적 관계는 영적 필요가 채워지거나 없어지면 저절로 끊어지게 됩니다. 

인간관계와 영적관계를 끝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은 진실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 입니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 사랑의 관계로 맺어지지 않았으면 자연히 잊혀지게 됩니다. 또 신앙생활을 같이 해도 진실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끊어지고 잊혀집니다. 사람의 마음에 간직 되고 남는 것은 진실된 사랑 입니다. 서로 주고 받은 진실된 사랑은 계속해서 마음에 남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진실된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는 끝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5) 이렇게 지내다 보면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멍에를 메고 교회를 세워나간다.

목장 안에서, 같은 사역부서 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전도/섬김의 사역도 함께 한다. 사역부서

좋은 일 나쁜 일도 함께 나누며, 마음과 감정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된다.

교회의 재정도 함께 책임진다. 여유 있는 몇몇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 일이고, 나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재 나를 위한 일이고, 미래에 우리 자녀들을 위한 일이다.

이런 마음으로 함께 멍에를 메어간다.

5.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과 멍에를 메고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너무 변덕스럽다.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

그런 연약한 인간들을 한 공동체로 불러서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으로 만드시고,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사이로 만들어나가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다.

단체로 퉁 치는 게 아니라, 각자가 예수님과 멍에를 메어서, 도망가지 못하고, 꼼짝 달싹하지 못하고 함께 묶여 있어야만 한다.

멍에는 자유가 아니다. 구속이다. 그러나 복된 구속이다. 

나를 훈련시키고 성숙하게 만들고, 예수님과 함께 하는 복된 구속이다.

예수님과 멍에를 멘 사람만이 서로 멍에를 멜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함께 멍에를 메고 교회를 세워나가자.

마지막으로 교회 안에서 이런 사이인가? 

모든 사람과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한 두 명과는 이런 사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라면 왜 아닌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자기애)의 문제? 친밀감 형성에 어려움?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자.

10/31/2022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