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3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

마 19:30-20:16(20:1-2, 9-16)

1. 내용 이해

(1) 20장은 포도원 품꾼의 비유다.

포도원은 하나님 나라, 품꾼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이다. 

포도 수확기를 맞이하여 일꾼이 많이 필요해서 주인이 아침 일찍부터 일꾼을 부르듯이, 하나님께서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꾼을 부르신다. 

포도원의 수확기가 되자 주인은 인력시장에 나가서 일꾼을 구한다. 

일꾼들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딱한 사정들의 노동자들이다.

이른 아침(6시?), 9시, 12시,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5시. (몇 시에 종료? 6시?)

오후 5시에도 일꾼을 불러들인 것은 목적이 수확 만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의 너그러운 마음을 볼 수 있다. 

일이 끝나고 품삯을 주는 시간. 오후 5시에 온 사람에게 하루 품삯을 주었다. 정말로 너그럽고 관대한 처사다. 하루 품삯을 받지 않으면 그 집은 하루 먹고 살아갈 것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일꾼들도 동일하게 하루 품삯을 주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이 자기도 동일한 품삯을 받자 불평을 하였다. ‘나는 더 많이 일했는데 왜 똑같은 품삯을 주시나?’

주인은 계약대로 주었는데 왜 불만이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 이 비유를 들을 때, 우리는 주로 ‘오후 5시에 부름 받은 일꾼’의 심정이기에 감격한다.

어릴 때부터 예수님을 믿고 평생을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이기보다는, 나이 들어서 믿게 되고 뒤늦게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필요 없는 시간(오후 5시)에 불러주신 은혜!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똑같이 하루 품삯을 주시며 인정해 주시는 은혜!

이런 은혜가 되는 비유다.

2. 맥락으로 본 비유

(1) 이 비유는 누가 천국에 들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후 5시라는 늦은 시간에도 불러주셔서 구원해 주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의 에피소드를 부연 설명하기 위한 일꾼의 이야기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른 우리는 무슨 보상을 받겠냐고 물어보는 베드로의 질문에 대한 답변 차원에서 하신 이야기다.

(2) 전체 맥락: 부자 청년과 베드로와의 대화

예수님: 재물을 버리지 못하고 예수님을 떠나는 부자 청년을 보시면서,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힘들다!

베드로: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받겠습니까?

예수님의 1차 대답: 12제자는 12보좌, 이 세상에서 백 배, 저 세상에서 영생

예수님의 2차 대답: 20장 포도원 품꾼 비유. 조심해야 한다!

(3) 먼저/나중? 첫째/꼴찌?

(a) 개역개정은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고 번역했는데,

‘먼저/나중’의 그리스어를 시간적 개념으로 번역한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식으로, 교회에 나중에 온 사람 혹은 늦게 믿은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 차지하는 경우를 말하곤 한다. 

(b) 그러나 ‘먼저/나중’의 그리스어는 지위의 개념도 있다.

그래서 새번역은 ‘첫째가 된 사람들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된 사람들이 첫째가 된다’고 번역했다.

더 우위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어떤 이유로 꼴찌가 되어 버린다는 말이다.

(4) 샌드위치 구조

첫째/꼴찌 언급은 부자 청년, 베드로의 대화 이후 이어진 포도원 비유의 앞뒤로 샌드위치처럼 위치하고 있다.

(a) 19:30 첫째가 된 사람들이 꼴찌가 되고, 꼴찌가 된 사람들이 첫째가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부자 청년과의 대화와 베드로의 질문의 맥락에서 볼 때, 

-원래 첫째였는데 꼴지가 된 사람/꼴찌가 된 첫째: 부자 청년 (바리새인, 유대 종교지도자/기득권자)

-원래 꼴찌였는데 첫째가 된 사람/첫째가 된 꼴찌: 베드로와 제자들(갈릴리 어부) (예수님을 믿고 따른 백성)

부자 청년에 대한 경고, 베드로(제자들)에 대한 격려

(b) 20:16 꼴찌들이 첫째가 되고, 첫째들이 꼴찌가 될 것이다.

포도원 품꾼 비유의 맥락에서 볼 때,

-원래 꼴찌였는데 첫째가 된 사람/첫째가 된 꼴찌: 오후 5시부터 일한 일꾼

-원래 첫째였는데 꼴지가 된 사람/꼴찌가 된 첫째: 이른 아침부터 일한 일꾼

베드로(제자들)에 대한 경고, 뒤늦게 부름 받은 사람들에 대한 격려

3. 이 비유의 목적

더 많이 버렸으니까/일했으니까, 더 많은 보상을 주셔야 하지 않느냐!

은근히 이런 요구를 하는 베드로에게 주시는 경고

주님을 위해서 이토록 희생/헌신했는데, 우리의 보상은 무엇입니까? 나의 기대에 맞는, 남들보다 더 커다란 보상을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생각이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지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

(1) 은혜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

애초부터 은혜가 아니더냐! 이른 아침부터 일을 시작했든지 오후 5시에 시작했든지 간에, 내가 포도원에 불러주지 않았다면 네 집안은 그 날 굶는 게 아니었더냐!

언제부터 사역하면서 하나님의 일에 동참했든지, 얼마나 힘든 일을 해 왔든지 간에, 그거 아니었다면 얼마나 인생을 허망하게 죄나 지으면서 살았겠느냐? 하나님의 일에 불러주신 거 자체가 은혜!

하루 종일 일했는데 이게 뭐냐?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특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래야 하지 않느냐?

불러준 은혜에 감사해야지 이제 와서 감 내놔라 대추 내놔라 할 수 있느냐!

(2)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라

내가 이른 아침에 부르든, 오후 5시에 부르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 네 할 일만 하면 되지 않느냐? 

내가 똑같이 하루 품삯을 주든, 심지어 누구에게는 더 많은 품삯을 주든,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단 말이냐?

네가 수고한 것 안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의 수고와 품삯을 계산하고 있느냐?

예) 요 21장 요한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예) 뒤늦게 등장한 바울? 

베드로야, ‘꼴찌가 된 첫째’가 되면 안 된다. 

너는 하나님 나라에 일찍 부름 받아서 많은 핍박을 받으며 수고와 고생을 많이 할 것이다. 

기독교 공인 후의 시기와는 비교도 안 될 고난을 겪을 것이다. 

휴가나 은퇴는 꿈도 못 꾸고 평생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12보좌 혹은 많은 보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늦은 나이에 부름 받기도 한다. 예수 믿기 편한 시대에, 편한 나라에서 부름 받기도 한다. 그들도 나름대로 신실하게 일하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도 내가 백 배 보상과 영생을 줄 것이다.

억울하냐? 부당하냐? 너의 수고에 비하면 저들의 수고는 눈꼽만큼도 안 되는데 무슨 보상이냐고? 왜 그렇게 후하게 보상하느냐고?

조심해야 한다! 

잘 못하면 첫째였지만(먼저 부름 받음) 꼴찌가 될 수도 있다.

은혜를 기억해라.

비교하지 말라.

2023//06/21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