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 보아라, 그가 오신다!

1:1-20(7-8)

서론

요한계시록은 많은 성도들에게 "어렵고, 무섭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 책"으로 여겨지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고난과 혼란 속에 있는 교회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고 그리스도의 승리를 전하기 위해 주어진 책이다.

1. 요한계시록을 해석하는 입장은 크게 다섯 가지가 있다.

(1) 과거주의(Preterist): 대부분의 사건들이 1세기 로마 제국 시대에 이미 성취되었다고 보는 입장. 당시 교회를 위한 위로와 경고라고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오늘날 성도와의 연결 고리를 잃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2) 미래주의(Futurist): 4장 이후의 모든 사건이 예수님의 재림 직전에 일어날 미래의 일이라고 보는 관점. 종말의 소망, 그리스도의 재림 강조 등의 장점이 있지만, 세부적 사건 맞추기, 공포 조장, 음모론 유혹의 단점이 있다.

(3) 역사주의(Historicist): 요한계시록의 사건들이 교회 역사 전체를 순차적으로 예언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 예) 일곱 교회 = 교회 시대의 일곱 단계

교회사 전체를 해석하려는 좋은 시도이긴 하지만, 자의적 연결, 편향된 해석 가능성이 있다.

(4) 상징주의 또는 이상주의(Idealist): 특정 시대나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선과 악의 싸움, 성도의 인내, 그리스도의 승리라는 영적 진리를 반복적으로 상징한 책이라고 보는 입장. 상징과 영적 의미에 집중하고, 어느 시대나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 고통에 대한 역사적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5) 통합주의(Integrative View): 하나의 고정된 관점(과거주의, 미래주의 등)으로 읽기보다, 본문의 문맥과 메시지에 따라 적절한 해석 방식을 유기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예) 2–3장(일곱 교회)은 실제 역사적 교회(과거주의)로 해석하면서도, 7장 흰 옷 입은 무리는 모든 시대의 구원받은 성도(이상주의)로 해석하고, 19–22장의 새 하늘과 새 땅은 장차 실제로 완성될 미래적 사건(미래주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든 시대의 교회에 적용되는 계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 하나님의 통치, 성도의 인내와 소망이라는 신학적 중심축을 따라 해석하는 입장이다.

단점은 해석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해석의 기준과 중심축(예: 어린 양의 승리, 하나님 나라의 통치, 성도의 인내)을 분명히 붙들고 사용할 때에만 건강하게 작동한다.

이번 설교 시리즈에서는 통합주의 입장을 취한다. 

2. 요한계시록은 환상을 보여주는 ‘영적 창문’과 같다. 이 말은 요한계시록이 단순히 문자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땅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하나님의 관점/영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창을 열어준다는 뜻이다. 당시 교회는 로마 제국의 박해와 혼란 속에 있었지만, 그 모든 현실을 너머 지금도 하늘에서 다스리고 계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한다. 즉 ‘닫힌 방 안에서 바깥 세상을 보게 하는 창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실재를 보여주는 통로이다. 겉으로는 로마 제국의 위세가 교회를 짓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하늘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책이다.

본론

1.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이다

1:1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입니다. 이 계시는 곧 일어나야 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에게 주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는 헬라어 원문상 문법적으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전해주신 계시(from Jesus Christ)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계시(of/about Jesus Christ)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요한계시록은 신약성경 전체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1) 유일하게 예수님이 직접 전달하신 계시

대부분의 신약성경은 사도들이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기억하고 해석하여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직접 요한에게 주신 말씀과 환상이다.

그 전달 구조는 하나님 → 예수님 → 천사 → 요한 → 교회들이다.

이런 점에서 요한계시록은 구속사를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신 유일한 책이다.

(2)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계시

복음서는 예수님의 공생애와 십자가 사건을 기록한 것이지만, 요한계시록은 부활과 승천 이후의 예수님께서 지금 교회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를 계시해 주신 유일한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미래 예언이 아니라, 계시의 전달자이신 예수님을 통해, 계시의 주제이신 예수님을 보여주는 책이다.

2. 처음이며 마지막이신 예수님

1:17-18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요, 살아 있는 자다. 나는 한 번은 죽었으나, 보아라, 영원무궁 하도록 살아 있어서, 사망과 지옥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1) "나는 처음이며 마지막이라"는 말은 역사의 시작과 끝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선언이다.

예수님은 단순히 죽음을 이기신 분일 뿐 아니라, 모든 시간과 존재의 중심이 되시는 분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역사의 시작(창조)과 끝(종말)을 주관하실 뿐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존재와 의미의 기준이 되신다는 뜻이다. 과거와 미래는 물론, 우리의 삶의 방향성과 정체성, 가치 판단의 기준 역시 예수님 안에서 결정된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시간의 경계를 초월해 언제나 중심에 계시며, 그분 안에 있을 때만 우리는 혼돈 속에서도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이 말씀은 성도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님 안에서 안정을 찾으라는 초대이다. 

(2) 초대교회는 로마 제국의 위협 앞에서 이 말씀을 들었고, 우리는 세속화와 탈기독교 문화의 압박으로 인한 두려움 속에서 이 말씀을 듣는다.

우리의 두려움은 언제 작아지느냐? 더 크신 영광과 사랑 앞에 설 때이다. 

이것은 단순히 감정적으로 위안을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시선을 지배하는 세상의 위협보다 훨씬 더 크고 영원한 실재를 보게 될 때 두려움이 상대화된다는 뜻이다. 

초대교회는 황제 숭배의 강요 앞에서, 오늘 우리는 세속의 가치관과 성공주의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이 두려움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 사랑, 다스리심을 깊이 바라볼 때 줄어들고, 결국 그분의 임재 안에서 이겨낼 수 있게 된다.

3. 고난과 인내의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성도에게

1:9 예수 안에서 여러분의 형제요 예수 안에서 환난과 그 나라와 인내에 여러분과 더불어 참여한 사람인 나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에 대한 증언 때문에 밧모라는 섬에 갇혀 있게 되었습니다.

1:19 너는, 네가 본 것과 지금의 일들과 이 다음에 일어날 일들을 기록하여라.

요한계시록은 고난당하는 교회를 위한 책이다. 요한은 밧모섬에 유배된 상황에서 이 계시를 받았다. 당시의 일곱 교회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압박과 박해의 형태는 다르지만, 신앙을 지키려는 고난과 인내의 현실은 동일하다.

요한계시록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구조이다. 요한은 ‘네가 본 것(과거), 지금 있는 일(현재), 이 다음에 일어날 일(미래)을 기록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요한이 본 과거의 환상(1:12–18), 요한 당대 교회에 주신 현재의 말씀(2–3장), 그리고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비전(4장 이후)을 통해, 이 책은 시간의 전 역사를 아우르는 하나님의 계획을 보여준다. 

그것은 예수님은 이미 승리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승리는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성도는 이미 승리하신 주님을 믿고 살지만, 동시에 여전히 고난과 유혹 속에서 싸워야 한다. 

이미-아직(Already not yet)의 긴장.

그런 성도들에게 ‘인내하라, 깨어 있으라, 승리는 완성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결론

요한계시록은 미래에 대한 책이 아니라, 현재를 살게 하는 책이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의 압박 속에서 위축될 수 있고, 성도는 삶의 고난 앞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보아라,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신다.”(1:7)

예수님은 이미 오셨고, 지금도 다스리고 계시며, 다시 오실 것이다. 우리는 그분의 통치 아래 살아가는 존재이다. 

7/2/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