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서]
5. 인간의 지혜와 함께 하는 섭리
에스더 5–6장(5:1-8)

서론: 인간의 지혜와 함께 하는 하나님의 섭리

지난 시간에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결단/헌신과 함께 하신다는 내용을 살펴 보았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의 헌신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지혜와 함께 하신다는 내용을 살펴 보려고 한다.

인생의 큰 문제나 삶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떤 사람은 충동적으로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님께 맡긴다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스더는 지혜롭게 계획을 세우며 반응했다. 그녀는 여러 가지를 신중하게 고려하며, 왕에게 급하게 요청하지 않고 두 번의 잔치를 준비하였다. 이처럼 믿음은 무작정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면서 인간이 해야 할 최선의 지혜를 다하는 태도이다.

그러나 유대인의 구원은 에스더의 지혜 덕분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 즉 왕의 불면증, 모르드개의 공로가 기록된 궁중실록 낭독, 하만의 오판 등 에스더의 계획에는 없었던 사건들이 어우려져서 유대인의 구원을 이루었다. 이런 사건들은 에스더의 계획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었고, 그녀의 계획을 초월해서 하나님의 섭리를 드러냈다. 이것이 오늘의 핵심이다. 하나님은 최선을 다한 인간의 지혜를 쓰시지만 그 지혜를 더 멋지게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섭리를 이루신다.

본문 설명

1. 에스더의 지혜로운 계획 (5:1–8)
(1) 에스더는 왕이 부르지 않았음에도 왕의 앞에 나아가는 용기를 내었다. 목숨을 건 용기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왕은 에스더가 사랑스럽게 보였고, 그녀는 목숨을 구하였다. 

왕은 그녀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에스더는 즉시 자신의 요청을 말하는 대신에 왕과 하만을 잔치에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잔치에서도 자신의 요청을 말하지 않고 잔치의 흥만 돋우어 준 채 다음 날 두 번째 잔치를 열 것을 제안했다.

에스더는 페르시아 궁정에서 왕후로서의 자신의 위치(동등한 관계가 아님), 왕의 성품(신적이고 권위적), 하만의 권세(왕의 총애를 받는 최고직), 자신의 민족의 운명(한 치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음)을 모두 고려했을 것이다. 

(2) 에스더의 첫 번째 지혜: 왕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

아무리 왕비라도 한 달만에 만난 자리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청을 요청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래서 에스더는 왕의 기분과 분위기를 조절하면서 천천히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의 잔치를 통해서 왕의 기분을 더 좋게하고 결국 왕후의 요청에 대해서 더 궁금하게 만들려고 했다.

(2) 에스더의 두 번째 지혜: 하만을 함께 잔치에 초대하는 전략

에스더는 자신이 하려는 호소가 단순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동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임을 왕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그것을 추진하고 있는 하만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 경우 왕은 자연스럽게 하만의 표정, 반응, 태도를 보면서 그의 본심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강심장 전략? 벼랑 끝 전략?)

(3) 에스더의 세 번째 지혜: 하만의 자만을 극대화시켜 스스로 무너지게 하려는 유도

의도했던 전략이 아니라 결과론적인 행동이었는지 모르지만, 하만은 잔치에 자신이 왕과 왕후에게 단독으로 초대받은 사실에 크게 자만했다. 그리고 그 자만은 그가 다음날 모르드개를 죽일 음모를 세우게 만들었고, 또 모르드개를 높이라는 왕의 명령 앞에서 더욱 큰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 

즉, 에스더는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지혜로 행동했다.

2. 하만의 음모(5:9-14)

왕과 왕후의 잔치에 자신만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크게 자만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면서 성문에 앉아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 모르드개를 보고 극대노 하였다. 하만은 그날 밤 모르드개를 교수형에 처하기 위해 자기 집안에 50자(24미터) 장대를 세우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등청해서 왕에게 청을 드릴 계획을 세웠다.

3.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반전 (6:1-14)

첫 번째 잔치가 끝나고 다음 날 두 번째 잔치를 기다리는 그날 밤, 왕은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신하에게 궁중실록을 읽게 하고, 마침 모르드개가 공을 세운 부분을 읽게 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왕은 보상 작업을 수행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누가 뜰에 있냐고 물었다. 마침 모르드개를 죽일 계획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른 시각에 서둘러 왕을 만나서 청하려고 등청했던 하만에게 그 일이 주어지게 되었다.

왕은 하만에게 물었다. “내가 특별히 대우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하여 보시오.”(6:6) 교만해질 대로 교만해진 하만은 그게 당연히 자기라고 착각하고 엄청난 예우(7-10절)를 제안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왕은 하만이 직접 모르드개를 시중드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

이는 하만에게는 엄청난 모욕이 되었을 뿐 아니라, 아내와 친구들이 짐작한 대로 하만의 멸망의 전조가 되었다.

4. 우연의 연속

(1) 왕이 잠이 오지 않음: 인간이 조절할 수 없는 생리적 현상

(2) 궁중실록을 읽게 함: 잠이 안 온다고 굳이 궁중실록을 읽게 했을까? 

(3) 마침 모르드개 부분을 읽게 됨: 수많은 궁중실록 중 왜 하필 그 날 모르드개의 기록을 읽게 되었나?

(4) 모르드개에게 보상: 보상 여부를 묻지 않고 그냥 듣기만 할 수도 있었을텐데

(5) 보상절차를 수행할 사람을 찾았는데 마침 하만이 일찍 등청함: 하루속히 모르드개를 처형하려는 악한 마음이 오히려 자신의 발등을 찍었다.

이런 우연들은 에스더가 계획하지도 않았고, 꿈에도 기대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섭리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우연을 가장해서 찾아온다. 우연히 사람이 계획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일이 벌어진다.

에스더가 잔치를 두 번이나 하면서 요청을 미룬 것은 그녀의 지혜로운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유대인의 구원이 가능했던 것은 그 일을 통해서 섭리하신 하나님의 개입 덕분이었다. 

두 번째 잔치를 기다리는 사이에 일어난 일들은 에스더가 계획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었다. 이는 곧 하나님의 특별 섭리의 개입이었다.

에스더의 계획은 사람(왕과 하만)을 움직이지만, 하나님의 섭리는 시간과 마음과 역사를 움직인다.

우연처럼 보이는 이 모든 사건들은 사실 하나님의 정밀한 타이밍과 개입의 산물이다.

결론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지혜와 함께 작동한다

이 장면은 성경 전체에서 섭리를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이다. 

에스더는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가는 용기를 발휘했고, 두 번의 잔치를 통해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혜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계획 위에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다. 왕의 불면, 궁중실록의 낭독, 모르드개관련의 반전은 인간의 계획을 초월한 하나님의 손길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계획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헌신(4장)과 지혜(5장)는 하나님의 섭리에 사용되어서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

적용

(1) 나는 위기의 순간에 기도만 하는가? 지혜롭게 계획하고 있는가?

(2) 나의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기대/고집하나? 나의 계획과 노력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하며 신뢰하나?

(3) 따라서 일의 성공은 나의 지혜와 실행 덕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덕분이라고 인정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나?

6/18/2025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