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 #2

종교가 아닌 영성에 기초한 신앙생활

딤후 3:5, 약 1:26-27

복습: 건강하지 못한 영성의 증상

1. 감정을 무시하고, 더 많은 신앙 ‘활동’으로 감정을 덮어버리려고 한다.

2. 하나님의 선물인 건전한 욕구를 잘 즐기지 못하고 죄스러워 하기까지 한다.

3. 성경말씀/믿음의 공식을 앞세우고, 과거(부모)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4.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5.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하지 못한 ‘영성’이라고 하는데, 영성이란 무엇인가?

그래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기 전에 우선 영성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이라는 말의 차이?

부흥사의 단골 결론: 주일 성수, 기도생활, 매일 성경읽기, 십일조 생활, 그리고 담임목사에게 잘 할 것. 이렇게 교회생활 할 때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교회에 열심히 나오고, 여러 일도 맡아서 헌신적으로 수고하고, 헌금도 잘하고, 성경도 많이 읽고 기도도 많이 한다. 그리고 목장모임도 성실하게 참여한다. 100점 아닌가?

그러나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은 다르다. 마치 종교와 영성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것이다.

한국교회의 많은 잘못된 문제들은 종교를 영성으로 착각하는 데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열심히 교회에 다니지만,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종교와 영성의 차이를 설명해 보겠다.

1. 영성은 무엇인가?

(1) 영성(spirituality): 일반적으로는 “자신보다 더 차원이 높은 존재와의 관계” 또는 “개인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여 궁극적인 존재와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음 그리고 그 관계를 더 친밀하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적 존재로서 인간이 하나님과의 관계(만남/encounter, 교제, 신뢰, 순종)를 통해서 초월적인 세계(본질적/영원한 세계)를 추구하는 영적 본성이다. (좀 어려운가?)

이런 영성은 두 가지 다른 차원의 체험을 통해서 시작, 반복 경험, 심화되어 간다.

(2) 일생에 한 번 겪을 만한 근원적/본질적인 체험

살다보면 이럴 때가 있지 않나?

-고독/외로움: 이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느껴지는 절대 고독,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는 것 같은 고독과 외로움

-허무/무의미: 인생의 덧없음을 느낌(허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고 세상만사가 모두 무의미하게 보임

-상실: 사랑하는 사람과 갑자기 사별하는 상실의 아픔과 고통

-절망/좌절: 큰 병에서 사경을 헤매거나, 사업 실패, 배신 등으로 절망/좌절

어쩌면 평생 한 번 경험하게 될까 말까한 시간일지 모른다. (매일 겪는다면 너무 끔찍. 감당 불가!)

하지만 이런 고독, 허무, 죽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 무의미 등의 시간을 통해서, 이 세상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뭔가 이 세상 너머의 초월적인 세계가 있음을 살짝 맛보고 그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한다.

그 세계로 초대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우리의 눈을 이 세상 너머의 초월적이며 영원한 세계로 향하게 인도하신다. 이것이 없다면 신앙은 무너진다!!!

예) 반지의 제왕: 프로도의 의미심장한 얼굴 표정

(3) 그렇다고 해서 영성이 무조건 초월적인 세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도 경험하게 된다. 삶의 크고 작은 일에서 하나님의 세밀한 손길을 느끼고 경험하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님과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로 인하여 하나님과 점점 좋은 관계가 맺어진다. 

예) 모든 일에 감사! 모든 일에서 하나님이 손길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두 가지 다른 차원을 통해서 영성에 눈이 뜨이고, 영성이 점점 커지게 된다.

그리고 근원적인 부분(영)이 충실하게 채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삶이 모든 면(혼/육)이 건강하게 성숙되어간다. 그런 사람을 영성이 깊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4) 이처럼 두 가지 차원(초월적+일상적)이 잘 조화된 영성의 모습을 야고보는 이렇게 말해준다.

헛된 신앙이 아니라 참된 신앙(=경건)은 무엇인가? 

교회생활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모습, 종교 활동이 아니라 영성 추구의 모습은 무엇인가?

세 가지 관계를 언급한다.

(a) 하나님과의 관계: 하나님 아버지께서 보시기에 깨끗하고 흠이 없는 경건

항상 하나님 앞에 서는 시간(예배, 기도, 말씀묵상)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고, 고치거나 감사하거나 하면서 점점 하나님과 좋은 관계를 맺어나감

(b) 이웃과의 관계: 고난을 겪고 있는 고아들과 과부들을 돌보아주며

고아와 과부로 대표되는 고통당하는 이웃. 어떤 종류의 고통? 마음, 관계, 현실적 문제?

어떤 종류의 고통이든지 간에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돌보는 삶

(c) 자신과의 관계: 자기를 지켜서 세속에 물들지 않게 하는 것

먼저 자신을 소중히 관리하고 지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의 관계가 하나로 잘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과 관계가 가까워지면, 이웃도 사랑하게 되고 자기 자신도 사랑하게 된다. 하나님이 목숨 바쳐 사랑하시는 나 자신과 이웃을 미워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할 수는 없다. 누군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돌보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히 거짓말 하는 사람이고, 그런 영성은 거짓 영성이다.

참된 영성을 최고로 보여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최고의 영성가!

항상 초월적인 세계에 초점 맞추며 사셨다. 동시에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사셨다. 하나님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하셨고, 그랬기 때문에 자신을 죄로부터 지켜내셨을 뿐 아니라(히 4:15 그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험[유혹]을 받으셨지만, 죄는 없으십니다.), 병든 자와 약한 자들을 돌보시고 오히려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2. 종교는 무엇인가? 

(1)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영성이 집단화(많은 신도), 교리화(믿는 내용을 정리), 의식화(예배 방식), 형식화(조직과 제도), 문화화(삶의 다방면에 적용: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되었을 때 그것은 종교(religion)가 된다. 영성은 개인적인 현상인 반면 종교는 집단적인 현상이다.

(2) 종교는 집단적이기 때문에 조직과 제도를 필요로 하고, 조직과 제도를 위한 지도자와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또 다른 집단과의 차별화와 자기만의 정체성 정립도 필요하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배타성을 띨 수밖에 없다.

(3) 카리스마적 창시자는 기성종교에 대해 비판적/개혁적이며, 사상과 행동에서 자유롭고 유연하다. 그래서 새로운 종교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신자가 늘면, 어쩔 수 없이 규율과 제도가 생기고 체제를 강화하게 된다. 점차 초창기의 자유로움과 유연함은 사라지고, 신자 관리와 체제 유지를 위해서 사상과 행동을 규제하고 억압하다. 그래서 어느 덧 자신들이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이것이 대체로 모든 종교들이 걷는 정해진 운명과도 같은 코스다.

예) 초대교회의 다이내믹한 모습은 기독교 공인과 국교화 이후 정확히 이런 코스를 밟았다.

그래서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종교개혁

(4) 종교는 영성을 설명하고 담아내는, 반드시 필요한 형식과 틀이다. 하지만 영성 그 자체는 아니다. 영성이 생략된 문화적 형태로도 종교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진정한 믿음 없이 교회생활에 열심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신앙이다.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관계다’라고 하는 말이 이런 말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영성이지 종교가 아니다. 영성이 깊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기독교에 충실한 신도가 되는 것이 아니다.

3. 영성과 종교로 본 네 가지 유형

이렇게 영성과 종교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인간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비영적이며 비종교적인 사람

영성/영적인 일(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해서 초월적 세계를 추구)에 전혀 관심이 없고, 종교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교회에 나오지도 않는다. 교회에 나온다고 해도 교회는 사회적 기관에 불과하다. 자신의 신념과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2) 영적이며 비종교적인 사람

종교에 실망했거나,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에 소속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름대로 영성을 추구한다. 하나님을 찾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교라는 영성을 감싸고 있는 틀이 없기 때문에 취약하다. 성경의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영성으로 빠질 위험성도 있다. 

그러나 함부로 판단하지는 말자.

(3) 비영적이며 종교적인 사람(우리의 집중 점검 대상)

영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면서 교회에 나오면서 종교적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지 못했거나/관심이 없거나/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하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평판도 받고,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성경도 많이 읽고 기도도 열심히 한다.

머리가 좋은 경우 성경 지식이 해박하고 이해력도 빠르다. 

의지력이 강한 경우 교회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평판을 받는다. 

하나님의 복을 바라면서 헌금도 많이 한다. (부흥사의 권유대로~)

믿음을 고백하고 침례를 받기도 한다. 직분자로서 헌신적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딤후 3:5 겉으로는 경건하게 보이나, 경건함의 능력은 부인하는, 경건함의 능력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다. 

오랜 교회생활에도 좀처럼 내면의 변화/성숙이 없다. 있을 수가 없다. 변화의 원천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바리새인처럼 율법만 고수하는 외식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자신의 종교 활동을 기준으로 남들을 비난한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을 가장 싫어하셨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유형이다.

(4) 영적이며 종교적인 사람(추구해야 할 방향)

종교라는 좋은 틀의 보호를 받으면서, 그 안에서 영성을 추구하면서 내면이 충실하게 자라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유형이다. 교회생활에도 충실하고 신앙생활에도 충실한 사람, 종교에도 충실하고 영성도 충실한 사람.

이런 사람이 성령님의 인도함을 받는 삶, 즉 하나님의 방식대로 사는 삶, 정서적으로 건강한 그리스도인이다. 그런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고후 6:8-10 사도 바울의 고백을 빌어서 말해 본다.

우리는 속이는 사람 같으나 진실하고, (오해를 받아도 속상하지 않고, 하나님이 아시니까 오케이)

이름 없는 사람 같으나 유명하고, (성공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 더 좋고, 하나님의 부르심과 뜻이 그게 아니라도 괜찮고... 바라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죽는 사람 같으나, 보십시오, 살아 있습니다. (실패? 망했다? 절망? 아니다. 하나님의 힘으로 또다시 일어남)

징벌을 받는 사람 같으나 죽임을 당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고, (고난/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지만, 하나님의 벌이 아니라 연단/훈련임을 알고 낙망하지 않음) 

근심하는 사람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부정적 근심, 내가 책임져야 하는 근심이 아니라, 건전한 책임감으로서의 계획. 그래서 결과에 초연하는 기쁨과 기대감)

가난한 사람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돈이 있으면 돈을 잘 흘려보냄으로써, 돈이 없으면 돈 말고 다른 것으로 다른 사람을 섬기고 부요하게 함)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결론

종교의 틀/껍데기에 머물지 말고 영성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자.

그것이 우리가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하나님을 만나자! 예배, 성경, 기도, 찬송, 일상을 통해서... 하나님을 의식, 여쭙고, 신뢰하고, 순종하면서 하나님이 이끄시는 차원의 세계로 나아가 보자.

예수 잘 믿어서(교회생활 잘 해서) 마음의 평안을 얻고, 세상의 복을 받으며, 교회에서 보람된 일을 하는 것이 다 귀하고 필요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게 전부였다면 기독교가 이천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성: 초월세계와 일상세계, 하나님/이웃/자신의 조화

영적이면서 종교적인 사람이 되자.

3/20/2022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