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존대말이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존대말을 사용하는 잘못된 어법이 제법 많습니다. 미용실에서 들어가면 미용사가 ‘이쪽으로 앉으실게요’라며 안내합니다. 이 말은 ‘앉으시다’라고 존대하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손님을 보고 하는 말 같지만, 말하는 사람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의 종결어미 ‘-ㄹ게요’를 동시에 사용했기 때문에 종업원 자신이 이쪽으로 앉겠다는 의미의 이도 저도 아닌 묘한 어법입니다. 윗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 ‘겠’은 기원이나 의지를 담고 있지만 ‘바라다’에 이미 말하는 사람의 기원과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겠’이 불필요하게 첨가된 표현입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포장이세요?”도 잘못된 존대말 사용입니다. 사물에 존대어를 붙이는 것은 틀린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윗사람이나 손님에게 존대말을 써야 한다고 지나치게 의식 하다가 생긴 잘못들입니다.

지나친 겸양 표현의 잘못도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국민 표현이 되어버린 “좋은 것 같아요”입니다. ‘같다’는 추측이나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스스로 잘 알면서 ‘같아요’를 사용해 불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뉴스의 인터뷰에서나 나눔시간에 누구나 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의견이나 기분을 단정적으로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제가 갑자기 국어 문법을 거론하는 이유는 어법이 신앙생활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간증문 작성을 도와줄 때 초안을 보면 수동태 표현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봅니다. ‘교회에 다니게 되었습니다’로 시작해서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등, 어쩌면 자신에게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선택을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인데도, 마치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힘에 이끌리게 된 것처럼 쓰는 지나친 수동태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차원 높은 신학적인 관점에서 나온 표현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요^^. 그러나 신앙생활은 하나님의 주권과 우리의 자유의지의 결합에 의해서 성장해 나갑니다. 그래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을 믿기로 결심 했습니다’의 표현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심스러운 자세는 좋지만 지나친 존대말이나 지나친 겸양의 표현이 잘못된 것처럼, 지나친 수동태 표현도 바꿔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