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성전을 지어드리겠다는 다윗에게, 하나님이 오히려 다윗 집안을 왕조로 그것도 영원한 왕조로 만들어 주시겠다고 답변하셨습니다. 이에 감격해서 드리는 다윗의 기도문이 ‘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입니다(삼하 7장). 저는 이번에 이런 감격을 느꼈습니다. 1년 넘게 아버님 돌보기에 지칠 즈음, 저의 형님과 누나들이 미국에서 나와서 아버님을 돌보면서 저에게 휴가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침 태어난 첫 손녀를 볼 겸 미국에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손녀를 보러 미국에까지 가는 호사가 성도님들에게는 미안하기도 하고, 선배 할아버지들께는 가소롭기도 하겠기에 그 이야기는 생략하고, 처이모가 계시는 보스턴도 잠시 방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다윗의 감격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24살에 미국으로 이민 간 후 미군에 입대한 저는, 26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보스턴으로 자대배치를 받아서 가게 되었습니다. 잠시 머물 것만 같았던 보스턴에서 아내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소명을 받아서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하면서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버클랜드교회를 만나게 되고 결국은 한국으로 나와서 사랑하는교회를 개척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20-30대의 10년을 보낸 보스턴은 그 후 저의 인생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런 보스턴을 이번에 16년 만에 가보게 된 것입니다.

이번 방문 중 하루를 추억여행으로 보스턴 시내를 다녀왔습니다. 다운타운으로 가서 아내가 연방공무원으로 일하던 정부종합청사 주변을 거닐어 보기도 하고, 제가 주로 활동하던 케임브리지의 찰스강 강변도로를 드라이브 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보스턴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보스턴에 도착했을 26살 당시는 미국 이민 초년생이자 군발이로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시는 정말로 촌스럽고, 유치하고, 가진 것도 없는 군발이 총각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는 목사로 불러 주셔서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시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까지 나와서 사랑하는교회를 세워 나가며 귀한 성도님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34년 전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입니다. 

군대 훈련기간에, 하나님께 인생을 맡겨드리며 어떻게 하든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겠다는 결단을 한 것뿐인데, 이런 놀라운 축복의 연속이 제 삶에 부어졌습니다. 제가 무엇이길래 하나님이 이렇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 만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우리 모두에게 이처럼 놀라운 은혜를 부어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