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신뢰할 만한 말씀]

1.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

딤전 1:12-17

서론

신약성경에는 서신서(편지)가 많은데 그 중에서 디모데전후서, 디도서를 목회서신이라고 한다. 사도 바울이 교회의 지도자인 디모데와 디도에게 목회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쓴 편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그런데 목회서신 안에 특이하게도 ‘이 말씀은 믿음직하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말씀입니다’라고 하는 구절이 5군데 있다. 

(1) 딤전 1:15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고 하는 이 말씀은 믿음직하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말씀입니다. 나는 죄인의 우두머리입니다.

(2) 딤전 3:1 이 말은 옳습니다(Here is a trustworthy saying). 어떤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맡고 싶어하면, 그는 훌륭한 일을 바란다고 하겠습니다.

(3) 딤전 4:8-9 몸의 훈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 훈련은 모든 면에 유익하니, 이 세상과 장차 올 세상의 생명을 약속해 줍니다. 이 말은 참말이요,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말입니다.

(4) 딤후 2:11 이 말씀은 믿을 만합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죽었으면, 우리도 또한 그분과 함께 살 것이요, 우리가 참고 견디면, 우리도 또한 그분과 함께 다스릴 것이요, 우리가 그분을 부인하면, 그분도 또한 우리를 부인하실 것입니다.

(5) 디도서 3:4-8a 그러나 우리의 구주이신 하나님께서 그 인자하심과 사랑하심을 나타내셔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은혜로 의롭게 되어서, 영원한 생명의 소망을 따라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참됩니다.

이것을 ‘The 5 Faithful/Trustworthy Sayings’이라고 한다. ‘다섯 가지 미쁜 말씀, 참된 말씀, 믿고 신뢰할 만한말씀’이다. 앞으로 이 구절들을 한 가지씩 살펴보려고 한다.

1. 믿음직한 말씀?

이런 표현은 오해를 살 수 있다. ‘아니, 성경말씀이 전부 믿음직한/미쁜 말씀이지, 이것만 믿음직하다고? 그렇다면 다른 구절을 덜 믿음직하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배경을 알아야 한다.

바울이 편지를 쓸 당시는 복음서가 기록되기 전이었다. 우리와 같은 성경책이 없었다. 구약의 두루마리도 회당에만 있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초대교회의 신앙고백, 기본 교리 내용 등에 대한 단편적 기록들이 많이 유포되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을 기억에 의존해서 구전되다가 외우기 쉬운 짧은 구절로 기록된 것들이 유포되었던 것이다. 

‘믿고 신뢰할 만한 다섯 가지 말씀’도 그 중의 하나였다. 바울은 디모데와 디도에게 목회적 도움을 주기 위한 편지를 쓰면서, 그 중에서 신학적으로도 올바르고, 상황적으로도 그들에게 필요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 구절들은 사도로서 공인해 주는 구절이자(이건 정말로 귀한 말씀이야), 교인들에게 반복하며 가르치라고 제자 목회자들에게 강조하는 구절이다(이건 정말로 필요한 말씀이야).

그렇다면 이 구절들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코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인 공인하는 내용이자, 목회지에 꼭 필요한 코어 내용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면서 다섯 구절을 하나씩 살펴보자.

2. 맥락

디모데는 에베소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중이었다(1:3). 에베소교회는 바울이 개척하고 난 후 다시 돌아와서 두란노서원을 중심으로 3년 동안이나 사역했던 곳이다. 하지만 에베소는 사역하기에 상당히 힘든 도시다. 풍요와 다산의 아데미 신전이 있어서 끊임없는 제사, 이와 연결된 성적 죄악. 영적, 윤리적, 성적으로 타락한 도시였다.

디모데의 사역 대상인 에베소 사람 중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 신화와 끝없는 족보 이야기(1:4): 그리스-로마 신화, 유대인들의 조작된 족보

- 율법이 제정된 이유(1:9-10): 법을 어기는 자와, 순종하지 않는 자와, 경건하지 않은 자와, 죄인과, 거룩하지 않은 자와, 속된 자와, 아비를 살해하는 자와, 어미를 살해하는 자와, 살인자와, 간음하는 자와, 남색하는 자와, 사람을 유괴하는 자와, 거짓말하는 자와, 거짓 맹세를 하는 자와, 그 밖에도, 무엇이든지 건전한 교훈에 배치되는 일

괜히 드는 예가 아니라, 실제로 에베소에 만연한 죄목들이었을 것이다.

우상숭배에 완전히 빠진 사람, 그 과정에서 성적 타락/중독, 술 중독, 그리스-로마 신화에 심취해서 허황된 이야기 떠벌리는 사람, 유대인 중 조작된 족보를 연구/주장하는 사람, 그리스 철학의 이상한 이론가, 물질적 풍요로 돈 밖에 모르는 사람,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 등....

이런 도시에서 이런 사람들을 사역하는 디모데에게 바울은 이 말씀을 전하고, 이 말씀을 외우게 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15절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오셨다고 하는 이 말씀은 믿음직하고,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만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능력이 있고, 이 말씀은 복음의 코어 중의 코어이고, 이 말씀으로 많은 생명을 구하셨다!

3. 자신의 예

그러나 바울은 단순히 말씀의 능력을 들이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예를 들어서 입증한다.

바로 이어지는 구절 ‘나는 죄인의 우두머리입니다’가 그런 의도이다.

(1) 바울의 죄

바울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단순한 죄인 정도가 아니라 죄인의 우두머리라고 하나?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개역개정)

디모데가 에베소에서 만나는 수많은 종류의 죄? 우상숭배, 성적 타락, 물질적 타락, 술...

요즘의 수많은 종류의 죄? 거짓말, 사기, 마약, 도박, 불신....

아니다. 바울의 죄는 그런 게 아니다. 그는 오히려 금욕과 율법을 철저하고 엄격하게 따르는 바리새파 사람이었다.

(2) 그가 말하는 죄는 ‘훼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13절)이다. 

(a) 바리새파 가르침에 따라 예수님을 메시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라를 위해서 제거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성경에는 나오지 않음)

(b) 첫 순교자 스데반을 돌로 칠 때 증인들이 자기들의 옷을 벗어 사울의 발 앞에 두었다. 정확히 어떤 직책인지는 몰라도 이 일의 책임자, 실제 리더였다는 뜻이다. 적법한 재판과정이 아니라 사적 처형이었다.

(c) 곧 이어서 사울은 교회를 없애려고 날뛰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집집마다 찾아 들어가서, 남자나 여자나 가리지 않고 끌어내서, 감옥에 넘겼다. 로마의 감옥이 아니라 유대인의 감옥

(d)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핍박을 피해서 다마스쿠스(다메섹)으로 도망간 교인들을 잡아들이려고 대제사장의 공문을 받아가지고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것이다.

도덕적 죄의 차원을 넘어서 예수님과 교회를 훼방하고, 박해하고, 폭행을 가했다.

예) 하나님을 모욕, 교회에서 분란을 일으켜서 교회를 깨뜨림, 고발해서 교인들을 잡아가게 함 등

그런 의미에서 죄인의 우두머리였다. 그는 평생 그 일을 잊지 않았다. 용서 받았다고 해서 쉽게 잊어버리지 않았다. 평생 기억하며 자신을 겸손하게 했다.

(3) 바울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

바울은 지금 디모데에게 권면하는 중이다. 

네가 에베소에서 만나고 상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상하고 얼마나 추악한 죄인들이냐. 또 얼마나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들이냐. 

하지만 죄인의 우두머리인 나를 대하신 하나님을 보라. 이런 죄인의 우두머리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마라. 

예수님은 바로 이런 죄인을 구하기 위해서 오셨다. 예수님은 의인/착한 사람/괜찮은 사람을 부르러/찾으러/구하러 오신 게 아니라, 나같은 죄인을 구하러 오셨다. 

그걸 잊지마라. 그리고 힘을 내라.

4. 적용

어떻게 보면 우리는 바울보다 더 큰 죄인이다. 훨씬 생각/말/행동에서 죄를 지은 사람이다.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바울만큼의 죄인은 아니다. 대놓고 하나님을 모욕하거나, 교회를 깨뜨리고 핍박을 한 죄를 지은 사람은 아니다. 

따라서 바울같은 죄인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신 하나님이라면, 아무리 추악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분명히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이다.

그 대상은 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추악하고 끔찍한 죄/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끝없이 참아주시는 자비로 대해 주실 것이다.

그리고 회개로 이끄시어 용서하시고 받아주실 것이다.

그 대상은 내가 힘들어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도저히 변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왜냐하면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다. 

예수님 자신도 말씀하셨다. 

마 9:13-14 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사람에게는 필요하다. (...)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이것이 복음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2024/11/13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