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7장 잃어버린 열 지파?

17:5-8

북이스라엘이 앗시리아에게 멸망 당한 후 그곳에 살고 있던 10지파는 어떻게 되었을까?

1. 열왕기의 관점

(1) 열왕기는 남유다 왕국이 망하고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후,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쓴 책이다. 우리는 왜 멸망했나? 결국 죄와 불순종 때문이다. 남/북이 모두 다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북이 더 심했다. 이런 관점이다.

바벨론에 잡혀 온 유대인(유다지파 중심이라는 뜻) 입장에서 적대관계였던 북이스라엘에 대해서 좋게 여길리가 없다. 17장은 북이스라엘이 호세아 왕 때 앗수르에 의해서 망했다는 내용과 그 이유를 신학적으로 설명한다. 죄와 불순종 때문이라고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2) 그렇다면 북이스라엘을 형성했던 10지파는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완전히 멸절당하고 역사에서 사라진 것일까? 흔히 이렇게 설명한다. 

북이스라엘의 10지파는 잔인한 앗수르에 의해서 죽임 당하거나 포로로 끌려가고, 대신에 다른 지역의 포로를 북이스라엘 지역에 이주시켰다. 이는 반란 방지목적이었다. 그로 인해서 이들은 혼혈이 되고 혈통과 신앙에서 변질된 사마리아인(사마리아는 북이스라엘의 수도)이 되었다. 사마리아인은 유대인과 반목 관계였다. 이런 관계는 예수님 당시까지도 이어짐

(3) 크게 틀리지 않지만 디테일이 많이 빠졌고, 무미건조한 흑백의 사진과 같다.

더 나가서 북쪽의 10지파는 소위 ‘잃어버린 열 지파(Ten Lost Tribes)’라고 불린다. 10지파는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는 말이다. 

혹은 ‘브리티쉬 이스라엘리즘(British Israelism)’의 주장도 있다. 즉 현대 유대민족은 12지파 전체가 아니라 남유다의 유다지파와 베냐민 지파만이고, 앵글로 색슨족 즉 영국과 미국인이 흩어진 고대 이스라엘 10지파의 자손이라는 주장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회복이 대영제국의 번영으로 성취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4) 그러나 북이스라엘 왕국은 멸망했지만, 북이스라엘의 백성 즉, 10지파는 사라지지 않았다. 

역대기를 통해서 살펴보겠지만, 면면히 이어내려 왔다. 그래서 예수님 당시 안나는 아셀 지파, 침례 요한의 부모는 아론의 자손이니까 레위 지파, 바울 사도는 베냐민 지파라고 지파 이름을 밝히고 있다. 물론 예수님은 유다 지파의 다윗 가문.

2. 역대기의 관점

열왕기와 달리 역대기는 포로 귀환 후 이스라엘 전체를 아우르며 나라/공동체를 세워나가야 하는 입장이었다. 여기에는 10지파도 포함된다. 그래서 북이스라엘의 10지파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역대기에 의하면, 북이스라엘 멸망 전에 남쪽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있었다.

즉, 남쪽 2지파과 북쪽 10지파로 고착되다가 북이스라엘의 멸망으로 10지파가 사라진 게 아니다.

(1) 르호보암 왕: 남북으로 나누어지던 때 신앙적 이유로 남유다로 이주

대하 11:13 이스라엘 전국에 있던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모두 자기들이 살던 지역을 떠나, 르호보암에게로 왔다.
대하 11:16 이 밖에도 이스라엘 모든 지파들 가운데서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뜻을 찾기로 마음을 굳힌 이들이, 주 조상의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려고, 레위 사람을 따라 예루살렘에 왔다.

(2) 아사 왕: 남유다 3대 왕. 이미 이주해 온 사람들과 새롭게 이주해 온 사람들

대하 15:8-9 아사는 이 모든 말, 곧 오뎃의 아들 아사랴 예언자가 전하여 주는 예언을 듣고, 용기를 내어, 유다와 베냐민 온 지방과 에브라임 산간지역의 점령지역 성읍에서 역겨운 물건들을 없애 버렸다. 그는 또 주님의 성전 현관 앞에 있는 주님의 제단을 보수하였다. 그는 또 유다와 베냐민의 모든 백성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로 와서 함께 살고 있는, 에브라임과 므낫세와 시므온 지파 소속의 백성도 모두 불러모았다. 주 하나님께서 아사와 함께 계시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사에게로 모여들었다.

(3) 히스기야 왕: 북이스라엘 멸망 10년 정도 후. 단순히 유월절 참여? 이주?

대하 30:5 왕은 브엘세바에서 단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전역에 명령을 선포하여, 모두 함께 예루살렘으로 와서,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 앞에서 유월절을 지키도록 하였다. 

대하 30:10-11 파발꾼들이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방의 각 성읍으로 두루 다니며, 멀리 스불론에까지 가서 이렇게 알렸으나, 사람들은 파발꾼들을 비웃고, 놀려대기까지 하였다. 다만 아셀과 므낫세와 스불론 사람들 가운데서, 몇몇 사람이 겸손하게 말을 듣고 예루살렘으로 왔다.

(4) 요시야 왕: 북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한 지 100년도 넘은 때인데도 이런 교류가 있었다.

대하 34:8-9 요시야는 나라와 성전을 깨끗하게 한 뒤에, 통치한 지 열 여덟째 해가 되는 때에, 아살랴의 아들 사반과 마아세야 성주와 요아하스의 아들 요아 서기관을 보내서, 주 그의 하나님의 성전을 수리하게 하였다. 이 세 사람은 힐기야 대제사장에게 가서, 하나님의 성전에 들어온 돈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그 돈은,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북이스라엘의 나머지 지역에 사는 백성과 유다와 베냐민의 모든 백성과 예루살렘 주민에게서 거두어들인 것으로서, 성전 문을 지키는 레위사람들이 모아 둔 것이었다.

이런 구절들을 보면 남북으로 왕국이 분열될 때부터 여러 차례 종교적 이유로 남쪽으로 이주한 북이스라엘 지파가 있었고, 남유다에서 신앙적으로 개혁을 할 때마다(아사, 히스기야, 요시야) 신앙적인 이유로 북이스라엘에서 남유다로 이주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북이스라엘이 멸망한 후에도 남유다는 그들과 소통하고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전 북이스라엘 지역이 완전히 황폐화 되거나 남유다와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 북이스라엘 백성(10지파)가 그 지역에 생존 혹은 남유다로 이주했다.

3. 앗수르의 입장

(1)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후 패전국 백성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너무나 큰 국력 손실이다. 그들은 자신의 왕국에서 이용할 수 있는 큰 인적 자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만한 사람(지식층, 군사/종교/농업 기술자)들을 포로로 데리고 가서 자국 지역에 살게 했다.

왕하 17:6 드디어 호세아 제 구년에 앗시리아 왕은 사마리아를 점령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앗시리아로 끌고 가서, 할라와 고산강 가에 있는 하볼과 메대의 여러 성읍에 이주시켰다.

그곳에서 주로 농사일을 시켰다고 한다. (성경 외 사료인 앗수르 왕의 비문)

그리고 그 중 재주가 있는 사람은 행정, 군사, 종교의 일을 하게 했다고 한다.

예) 종교인: 왕하 17장의 사자 사건 후

왕하 17:27 그래서 앗시리아 왕은 부하들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하였다. “그 곳에서 사로잡아 온 제사장 한 명을 그 곳으로 돌려보내어라. 그가 그 곳에 살면서, 그 지역의 신에 대한 관습을 새 이주민에게 가르치게 하여라.”

예) 랍사게(왕하 18:19): 히브리어를 할 줄 아는 앗수르인이 아니라, 북이스라엘 출신으로 앗수르에 편입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2) 그리고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사마리아(북이스라엘)로 이주시켜서 한편으로는 반란을 방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마리아를 재건시켰다. 

예) 앗수르 왕 <사르곤 2세의 프리즘 비문>

(a) 나는 사마리아를 포위하여 정복하고 27,290명의 그 성 거민을 전리품으로 끌어왔다: 대부분은 그 땅에 남겨 두었음

(b) 나는 이 성읍을 전보다 더 좋게 재건하고 거기에 내 자신이 정복했던 나라들로부터 끌어온 사람들을 정착시켰다: 반란 방지용 혼혈정책이 아니라, 사마리아 재건을 위한 이주 정책

(c) 나의 두 손으로 정복한 땅들의 사람들을 나는 그 안에 끌어다 두었다: 멸망시킨 게 아니라 앗시라아의 속주

(3) 잔인한 전멸이 아니라 극히 일부가 포로로 끌려가서 역량에 따라서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였다. 앗수르 제국에 동화되기도 하고, 정체성을 유지하기도 했다.

대다수는 그 땅에 남았고, 남유다와 여러 면에서 소통하며 남쪽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물론 이주해 온 이민족과 혼혈된 사람들도 있었다. 신앙도 혼합되었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남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한 후에도 일어났다. 

4. 결론

하나님의 부르심은 변함이 없다.

롬 11:29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마운 선물과 부르심은 철회되지 않습니다.

(1) 이스라엘 12지파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은 변하지 않고 하나님의 계획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a) 새언약: 렘 31:31 그 때가 오면, 내가 이스라엘 가문과 유다 가문에 새 언약을 세우겠다. 나 주의 말이다.

이스라엘 가문을 잊어버리신 적이 없다.

렘 31:20 에브라임은 나의 귀한 아들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다.

(b) 이런 하나님의 마음은 이스라엘 12지파, 예수님의 12제자, 요한계시록의 12지파로 이어진다.

즉, 북이스라엘의 10지파는 결코 잃어버려지지 않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지파 개념은 약해지고, 주류 세력에 동화되었겠지만, 하나님의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2) 우리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이런 긴 성경 이야기를 통해서 배우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의 자녀로 부르시고, 구원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은 변함이 없다.

그것이 늘 하나님을 신뢰하고 또 감사할 수 있는 점이다.

2024/10/16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