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3-14장 북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

왕하 13:1-5, 14:23-27

열왕기는 바벨론 포로기에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에게 ‘우리는 왜 망했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기록했다. 죄와 불순종 때문이었다.

역대기는 포로 귀환 후,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기록했다. 다윗 언약과 성전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열왕기 기록 당시 북이스라엘은 이미 앗시라아에게 망해서 흩어진 상태였고, 남유다 역사가들이 기록했을 것이다. 따라서 북이스라엘에는 비판적, 남유다에는 호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놀라운 긍휼을 숨길 수 없는 대목들이 나온다.

성경의 주요내용은 아닌 것 같지만, 읽으면서 좀 어색하고 이해하기 까다로운 부분들인데 오늘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관심 대상이 아닌 것 같던 북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긍휼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당시의 북이스라엘 예후 왕조: 예후-여호아하스-여호아스-여로보암 2세-스가랴

오늘의 관심사인 여호아하스~여로보암2세에 대한 평가는 동일하게 안 좋다. 

그는 주님 보시기에 악한 행동을 하였고, 이스라엘로 죄를 짓게 한느밧의 아들여로보암의 죄를 따라가, 그 길에서 돌아서지 않았다. (13:2 여호아하스, 13:11 여호아스, 14:24 여로보암 2세)

그런데도 하나님이 긍휼을 베푸시는 장면들이 나온다.

1. 여호아하스(13장)

(1) 당시 북이스라엘을 힘들게 하는 나라는 시리아(아람)였다.

놀랍게도 여호아하스가 하나님께 간절히 용서를 구하고, 그러나 하나님은 그의 간구를 들어주셨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구원자를 보내어 시라이의 손에서부터 벗어나게 하셨다!

13:4-5 그러나 여호아하스가 주님께 간절히 용서를 구하니, 주님께서 그의 간구를 들어주셨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왕의 억압으로 고난을 받고 있음을 보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 구원자를 보내어, 시리아의 손에서부터 벗어나게 하셨고, 이스라엘 자손은 예전처럼 그들의 장막에서 편안하게 살았다.

그 악한 나라 북이스라엘의 왕이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으시고 ‘구원자’를 보내셔서 이스라엘을 건져주셨다? 참으로 믿기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2) 여기서 ‘구원자’는 앗시라아 왕 아닷니라리 3세라고 추정한다. 그가 주전 803년에 시리아의 수도 다메섹(다마스쿠스)을 공격하여 시리아(아람)의 군사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을 시리아의 압제에서 구원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마치 바벨론 포로기를 끝내게 해 준 페르시아 왕 고레스를 ‘나의 종(사 42:1)’, ‘하나님이 세운 목자(사 44:28)’, ‘기름부음 받은 자(사 45:1)’로 표현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3) 이런 큰 은혜를 받았으니까 여호아하스는 여호와 신앙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아니었다! 

여전히 여로보암의 길을 걷고 우상숭배 하다가 시리아 왕의 공격을 받아서 군대는 ‘타작 마당의 먼지같이’ 되어 버렸고, 겨우 기마병 오십 명과 병거 열 대와 보병 만 명만이 남게 되었다(13:6-7).

그리고 이후 계속해서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억압하였다. 그럼에도 시리아에게 멸망 당하시는 않았다. 그 이유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23 그러나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은혜를 베푸셔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을 굽어살피셨다. 이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맺으신 언약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멸망시키지 않으시고, 이제까지 주님 앞에서 쫓아내지 않으셨다.

일반적으로는 시내산 언약에 의해서 복과 저주로 나뉘는데, 여기서는 그보다 훨씬 올라가서 아브라함/이삭/야곱과 맺은 언약을 거론하신다.

시내산 언약은 ‘순종하면 복, 불순종하면 저주’인 조건부인데 반해, 조상과의 언약은 ‘이 땅을 후손에게 주겠다’는 일방적인 내용이다. 

시내산 언약으로는 저주의 대상이 확실하니까, 다른 언약을 적용하시는 건가? 

아니면 오므리 왕조 아합 집안을 처단하기 위해서 예후를 세우면서 약속하신 대로 4대까지는 왕위를 지키게 하시려고 하신 것인가(왕하 10:30). 

10:30 주님께서 예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보기에 일을 바르게 잘 하여, 내 마음에 들도록 아합의 가문을 잘 처리하였으니, 네 사 대 자손까지는 이스라엘의 왕위를 지키게 될 것이다."

(예후, 여호와하스, 여호아스, 여로보암 2세, 스가랴)

아무튼 하나님의 이상할 정도로 북이스라엘에게 긍휼하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도하는 이스라엘 왕과 응답하시는 하나님, 이방인 구원자, 시내산 언약이 아니라 조상과의 언약을 근거함... 모두 이상하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만 해석할 수 있다.

2. 여호아스(13장)

그에 대한 평가도 동일하다.

13:11 그는,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고, 이스라엘로 죄를 짓게 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모든 죄로부터 돌아서지 않고, 그 길을 그대로 걸었다.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호아스 왕은 엘리사 선지자의 특혜를 받았다.

엘리사 선지자가 죽을 병이 들자, 그 소식을 들은 여호아스가 엘리사를 찾아와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시여!"(왕하 13:14)

이 말은 엘리사가 엘리야를 떠나 보낼 때 하던 표현과 같다. 여호아스 왕에게 이런 존경심과 의존심을 보게 될 줄이야...

(2) 엘리사는 활과 화살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두 가지 행동을 요구했다.

(a) 활: 동쪽(시리아 방향)으로 활을 쏘라.

‘주님의 승리의 화살입니다. 시리아를 이길 승리의 화살입니다.’

(b) 화살: 화살을 잡고 땅을 치라.

여호아스가 3번만 치자 엘리사는 크게 화를 냈다. 

13:19 임금님께서 대여섯 번 치셨으면 시리아군을 진멸할 때까지 쳐부술 수 있었을 터인데, 고작 세 번입니까? 이제 임금님께서는 겨우 세 번만 시리아를 칠 수 있을 것입니다.

약간 황당한 상황. 미리 말해 주던가...

그러나 상황상 여호아스가 화살을 땅에 치라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큰 기대가 없었는지, 믿음이 가지 않았는지, 겨우 3번(완전수)만 땅에 친 여호아스의 불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악한 왕 여호아스에게 이런 놀라운 기회를 주시다니! 하나님의 긍휼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3. 여로보암 2세(14장)

(1) 13장 엘리사 선지자의 죽음 후에 묘한 구절이 나온다.

13:20-21 그런 다음에 엘리사가 죽으니, 거기에 장사하였다. 그 뒤에 모압의 도적 떼가 해마다 이스라엘 땅을 침범하였다. 한 번은 장사지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주검을 묻고 있다가, 이 도적 떼를 보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놀라서 그 주검을 엘리사의 무덤에 내던지고 달아났는데, 그 때에 그 사람의 뼈가 엘리사의 뼈에 닿자, 그 사람이 살아나서 제 발로 일어섰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묘사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시 북이스라엘 왕조의 흥망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도 본다. 즉 엘리사의 죽음으로 북이스라엘은 망하는 분위기였지만, 죽은 엘리사의 뼈에 닿아 죽은 사람이 살아난 것처럼 후대 여로보암 2세 때 나라가 흥하게 되었다. 하지만 살아났던 사람도 다시 죽었을 것처럼 북이스라엘도 결국 망하게 되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인 듯하다.

(2) 여로보암 2세는 북이스라엘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한 왕이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같은 인물.

국경 하맛 어귀(북)는 솔로몬 당시의 북쪽 끝을 말한다. 아라바 바다(남)은 이스라엘의 남쪽 끝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솔로몬 때와 비슷한 영토라는 의미다.

동시대에 활동한 선지자는 요나, 아모스, 호세아가 있다.

(3) 그런데 여로보암 2세의 영토 확장과 국력 신장의 비결을 하나님의 긍휼하심이라고 말한다.

14:26-27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고난이 너무 심하여, 매인 사람이나 자유로운 사람이나 할 것 없이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아, 이스라엘을 돕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셨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이름을 하늘 아래에서 지워 없애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기 때문에, 여호아스의 아들여로보암을 시켜서 그들을 구원하신 것이다.

어떤 고난? 오랫동안 북이스라엘을 압박하던 시리아(아람)로부터의 고난을 말하는 것 같다. 여로보암 당시는 시리아가 신흥강국 앗시리아의 침공을 받아 수도 다메섹이 점령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 기회를 타서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일을 성경은 여로보암의 지도력이나 국제정세 덕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하심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악한 왕인데도...!

요나 선지자는 이런 영토 확장과 국력 신장에 대한 예언을 했던 선지자였던 것 같다.

14:25 그는 이스라엘의 국경을 하맛 어귀로부터 아라바 바다까지 회복하였다. 이것은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그의 종인 가드헤벨 사람 아밋대의 아들 요나 예언자에게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4) 한편 동시대 활동했던 아모스와 호세아의 말을 들어보면 여로보암의 치세는 큰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나님이 긍휼을 베풀어서 세워주셨건만 하나님의 뜻과는 다른 사정이었다.

암 5:11-12 너희가 가난한 사람을 짓밟고 그들에게서 곡물세를 착취하니, 너희가 다듬은 돌로 집을 지어도 거기에서 살지는 못한다. 너희가 아름다운 포도원을 가꾸어도 그 포도주를 마시지는 못한다. 너희들이 저지른 무수한 범죄와 엄청난 죄악을 나는 다 알고 있다. 너희는 의로운 사람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법정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였다. 

예언자 아모스에 따르면 여로보암 2세의 시대는 부유층에 의한 착취와 수탈이 정점에 달한 시기였다.

호 7:11 에브라임은 어리석고, 줏대 없는 비둘기이다. 이집트를 보고 도와 달라고 호소하더니, 어느새 앗시리아에게 달려간다.

호세아서는 바람난 고멜과의 결혼 이야기로 시작된다. 호세아는 북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떠나 다른 사랑을 찾아갔고, 그렇기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다른 사랑은 종교적으로는 우상숭배를 말하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친이집트와 친앗시리아를 말한다.

(5) 이것이 여로보암 2세 때의 진짜 모습이었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시리아(아람)로부터의 고난을 건져주시고, 그로 인해서 영토 확장과 국력 신장을 이룬 중흥기를 맞이한 여로보암 2세. 엘리사 선지자의 뼈에 닿아서 죽은 사람이 일어나듯이 거뜬히 일어난 북이스라엘.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긍휼하심 때문임을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악한 길을 갔기 때문에 아모스와 호세아 선지자를 통해서 경고를 들었다. 그럼에도 돌이키지 않자, 아들 스가랴의 즉위 6개월만에 야베스의 아들 살룸에 의해서 예후 가문은 끝이 나게 되고, 북이스라엘도 40년 이내에 망하게 되었다.

결론

악인에게도 임하는 하나님의 긍휼하심

그런 긍휼하심이 오늘 나에게도, 내가 못 마땅해 하는 사람에게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도 주어지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크기가 한이 없다. 이해하기 힘들다.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임할 때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그토록 긍휼을 베풀어주셨건만 돌이키지 않은 북이스라엘은 결국 망하고 말았다.

2024/10/2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