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5장 나아만의 변화 단계

왕하 5:1-27(15-17)

간단히 말하면 나아만 장군이 나병을 고침 받았다는 이야기지만 그보다 많은 내용들이 포함된 흥미로운 이야기다. 

예) 시리아(아람)에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소녀가 참 귀하다. 자기를 포로신세 되게 한 나아만을 위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피해의식이나 미움과 원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원수 사랑의 차원에서 나오는 섬김이다.

나아만의 병고침만이 아니라, 그의 변화 단계를 볼 수 있다. 신/하나님에 대한 나아만의 이해가 점점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결국 이스라엘/엘리사의 하나님만이 참 하나님이심을 드러낸다. 

우리는 이미 마지막 단계에 와 있겠지만, 나아만이 어떤 계기로 한 단계씩 발전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단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1. 민족신 -> 유일신

(1) 엘리사를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나아만의 믿음/세계관은 이런 것이었다. 

각 나라가 섬기는 신이 있다. 시리아의 신이 있고, 이스라엘의 신이 있다. 시리아의 신은 힘이 세서 전쟁 승리를 주었지만,  자신의 병을 낫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스라엘 포로 여종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대국의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지만, 이스라엘 신의 병고치는 능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2) 시리아 왕은 기꺼이 허락하고 이스라엘 왕에게 편지까지 써 주었다.

나아만도 푸짐한 선물을 준비해서 갔다. 은 10달란트(340kg), 금 6,000개(68kg), 옷 10벌

아마도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는 선물이었으리라. 나는 이 정도로 가치있는 사람이야~

반면에 이스라엘 왕은 두려웠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보니, 이 일로 트집을 잡고 침공하려는 계략이라고만 여겼다. 이 소식을 들은 엘리사가 나아만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했다.

(3) 엘리사의 집에 도착한 나아만은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왜?

(a) 엘리사가 직접 나와보지도 않았다. 상당한 외교적 결례!

(b) 사환을 통해 전한 치료방법도 황당했다. 요단강으로 가서 몸을 일곱 번 씻으라. 끝!

나아만의 반응은 다 때려치고 돌아가려고 했다. 

5:11 적어도, 엘리사가 직접 나와서 정중히 나를 맞이하고, 주 그의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상처 위에 직접 안수하여, 나병을 고쳐 주어야 도리가 아닌가? (개역개정의 ‘내 생각에는’이 빠져서 좀 아쉽다) 이럴거면 더 크고 깨끗한 본국의 강물에서 씻으면 되지 않는가! 

(c) 그러나 부하들이 말렸다. 이보다 더한 일을 하라고 해도 할 작정을 하고 오시지 않았느냐, 그까짓 강에 들어가서 몸을 씻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고 해 보지도 않고 그만 두시려고 합니까?

부하들의 말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했다.

(d) 요단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다: 하루에 일곱 번? 하루에 한 번씩 칠 일?

잘 모르겠지만 그의 살결이 어린 아이의 살결처럼 새 살로 돌아와, 깨끗하게 나았다.

(e) 그러자 이렇게 고백했다.

5:15 이제야 나는 온 세계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아만은 믿음/세계관이 바뀌게 되었다. 시리아의 신이 있고 이스라엘의 신이 있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믿는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한 신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4) 어떻게 해서 이런 인식의 변화가 생겼나?

물론 자기 나라 신이 고치지 못하고, 평생 자신을 사로잡던 병을 고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이었다. 나아만은 병고침을 받는 과정에서 2가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그 황당한 경험이 그로 하여금 변화의 단계로 이끌었다. 

엘리사가 나아만을 만나주지 않음과 엘리사가 나아만의 선물을 거절함

(5) 첫 번째 황당: 왜 엘리사는 나아만을 만나주지 않았나?

(a) 시리아에서 존경받는 강한 용사(5:1), 왕의 편지를 대동할 정도로 중요한 사람(5:5), 엄청난 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5:5). 하지만 하나님(& 하나님을 대신하는 엘리사) 앞에서는 그가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나님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유함 등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나병)환자요 죄인으로 나오는 것만 요구된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나병환자요 죄인으로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나오겠는가? 

아니면 강대국의 군사령관이자 엄청난 선물을 동원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으로서 떳떳하게 하나님 앞에 나오겠는가?

나아만은 후자의 모습으로 이스라엘을 찾았지만, 하나님은 전자의 모습을 찾으신다.

(b) 그리고 높고 귀한 신분에 걸맞는 화려하고 웅장한 또는 감동적이고 성의있는 치유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저 요단강에서 몸을 씻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고쳐주셨다. 

병고침은 스펙타클한 치유 퍼포먼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를 통해서 주어진다! 그것을 겸손하고 진실하게 받아들인 때 주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아만은 민족신에서 유일신 개념을 갖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정말 유일한 신이시구나.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신이 아니라 온 세상에 유일한 참 신이구나.

(6)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민족신 개념은 없다. 하나님이 온 세계의 유일한 신이라고 믿고 따른다. 

그렇다면 나아만이 그런 개념으로 오게 된 그 지점을 우리는 잘 통과하고 있나?

(a) 하나님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 경제적 부유함이 아무 소용없다.

하나님 앞에는 오직 죄인으로만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지위로 인해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은 오히려 하나님 앞에 나아갈 자격이 되지 않는다.

(b) 하나님 앞에서는 종교적 행위가 중요하지 않다.

크고 화려한 종교의식이 중요하지 않다. 복잡하고 화려한 종교 절차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시키는 대로 요단강에서 일곱 번 몸을 씻는 겸손하고 진실한 마음이면 된다.

2. 유일신 -> 유일한 예배 대상

(1) 나아만은 이어서 말한다. 

5:15 부디, 예언자님의 종인 제가 드리는 이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나아만의 입장에서는 엘리사가 얼마나 고마웠겠나! 이런 답례는 마땅하다. 하지만 엘리사는 선물을 끝내 거절했다. 이에 나아만은 얼마나 황당했겠나! 

(2) 두 번째 황당: 왜 엘리사는 나아만의 선물을 굳이 거절했을까?

(a) 선물은 무엇? 정확히 말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스라엘 왕을 찾아왔을 때 말했던 은/금/옷을 말하는 듯하다. 이는 엄청난 양이다.

자칫 엄청난 금액의 선물로 답례함으로써, 병고침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자신이 얻어낸 것이라고 여길까 봐. 엄청난 금액의 선물로 인해서 당당히 병고침을 얻어냈다고 여길까 봐. 받은 은혜를 떳떳하게 다 갚아냈다고 여길까 봐. 나아만은 이방인이기에 그런 오해의 소지가 더 크다.

(b) 반면에 엘리사는 그런 오해의 소지가 없는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 답례를 하였다.

4장 항상 엘리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넴 여인에게 답례하고 싶어진 엘리사

수넴 여인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했지만(4:13 저는 저이 백성과 한데 어울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아들이 없는 것을 간파한 게하시의 조언대로 엘리사는 아들을 선물로 주었다.

즉 엘리사가 오해의 소지가 없는 자연스러운 선물/답례 조차 거절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방인 나아만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엘리사는 끝내 나아만의 선물을 거절했다.

(3) 이런 황당한 일이 나아만을 다음 단계로 이끌었다.

(a) 만일 엘리사가 선물을 받았다면, 나아만은 자신의 병을 고쳐주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유일신이라고 여기긴 했지만, 병고침은 자신의 선물로 얻은 것이라고 여겼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병고침을 막대한 선물로 다 갚았다고 여기며 당당한 마음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엘리사가 선물을 거절하자,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가 재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내가 아무런 빚진 심정없이 떳떳하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이 분은 내가 무릎꿇고 예배하며 따라야 할 유일한 분이구나.

(b) 그래서 이스라엘 땅의 흙을 달라고 하면서 이렇게 고백했다.

5:17 이제부터 주님 이외에 다른 신들에게는 번제나 희생제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유일신 하나님은 내가 예배하고 섬길 유일한 분이시다라는 믿음/세계관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국가적 지위 때문에 림몬의 성전에 왕을 부축해서 들어가서 절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제 그런 것도 신경이 쓰이고 마음에 걸린다는 뜻이다.

(4) 우리는 어떤가?

머리와 입술로는 하나님 한 분 밖에 없다고 하지만 하나님만 섬기며 따르지 못하고 있진 않는지?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다 갚았다고 여기는지?

하나님께 이 정도 했으니까 당당하다고 여기는지?

결론

민족신 -> 유일신 -> 유일한 예배 대상

황당한 일로 인해서 나아만의 믿음은 성장했다.

자기의 지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 하나님 앞에서는 환자이고 죄인일 뿐이다.

그럴 때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의 은혜는 돈으로 살 수도 갚을 수도 없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은 하나님만을 예배하고 따라야 한다.

2024/09/11 수요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