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되어진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으로 주후 4세기말에 이르러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먼저, 부활절로 시작하였다가 차차 그 앞에는 사순절, 뒤에는 오순절이 등장하였습니다. 그 후, 4세기에 이르러 하나님을 드러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시작과 관련된 주현절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주현절은 4세기말에 성탄절과 나누어지고, 그 후에 마지막으로 대림절이 생겨남으로써 교회력의 기본이 그 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사순절(Lent)이 시작되었습니다. 금년에는 2월 22일(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주일의 전날인 4월 7일까지 이어집니다. 부활주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주일(6번)을 뺀 40일입니다. 원래 사순절은 부활주일에 침례 받기 위한 침례지원자들의 준비기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을 명상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부활주일을 맞이하였던 겁니다.
40이라는 숫자는 하나님을 만나기 전에 또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태어나기 위해 거치는 준비 기간을 상징합니다. 노아 홍수로 새 세상을 준비할 때 40일간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40년간 광야를 헤맸으며,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금식했습니다. 예수님도 공생애 전에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 기간에 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수난을 자주 묵상하고 금욕적인 생활과 함께 회개와 속죄,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 금식과 금육을 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회개와 속죄의 삶은 개인적인 절제와 희생뿐 아니라 이를 통해 모아진 결실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외적 실천이 동반되어야 하기에 구제헌금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참회와 금식과 금욕적인 행동의 강조도 결국 부활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즉, 이것은 부활하신 주님을 온전히 맞이하기 위한 청결이며, 나를 새롭게 하여 부활하신 영광의 주님 앞에 나를 세운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사순절 40일 동안 속죄로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하나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위하여 합당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며, 장차 이루어질 부활을 기다리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