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영성]
1. 하나님처럼 일하고 하나님처럼 쉬라
창 2:1-3, 15
서론
1. 어떤 일 하십니까?
회사 다닙니다. 교육사업 합니다. 음악 관련 사업 합니다. 옷 장사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회사 운영합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없는데요? 집안 일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은퇴했습니다. 하던 일 그만 두고 놀고 있습니다.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직업과 소명은 신앙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이며 또한 삶에서 신앙의 갈등을 가장 많이 겪는 영역이기도 하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남에게 돈 받는 일이든, 남을 고용해서 돈 버는 일이든, 돈 버는 게 아니라 돈 쓰는 일이든(집안 일), 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일이든(학생), 돈 버는 일은 그만 두고 은퇴해서 집안 일만 하든... 모두가 일이다. 그런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2.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을 기본으로 설교하려고 한다.
(1) 뉴욕 맨해튼의 전문직이 많은 교회의 배경에서 쓰인 책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에 맞고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소화해 보려고 한다.
일과 노동에 대한 하나님의 생각과 의도가 무엇인지 성경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일과 노동에 대한 지혜로운 경험을 듣는 시간이 아니다.
온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오리지널 계획과 의도를 듣는 시간이다.
(2) 설교를 듣다 보면 나의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쩌면 그만큼 내가 하나님의 의도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나의 현실과 하나님의 계획과 차이가 날 때, 나를 하나님께로 맞춰야 한다.
속도는 조절하되 방향은 분명히 하자.
1. 하나님처럼 일하라
창 2:2는 하나님이 엿새동안 하시던 ‘일’을 다 이루셨다고 한다. 1장부터 나오는 천지창조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위해서 매일매일 일하시던 그 모든 일을 드디어 완성했다고 한다. 이처럼 성경은 처음부터 일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 일과 노동이 얼마나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 창조의 일을 하신 하나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궁금해 지는 것이 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하지 않는가! 말 한 마디 하는 게 힘든 일인가? 엿새 동안 하루에 말 한 마디씩 하고 난 후에 힘들다고 이렛날에 쉬셨다?
(a) 정신 노동: 말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은 편하겠다? 절대로 아니다!
아나운서/MC는 말 한 마디로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난리가 난다. 협상가는 말 한 마디에 엄청난 이익과 손해가 오간다. 지도자는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것을 따져보고 결정한 후에 발표한다. 말 한 마디에 국가 간의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빛이 있으라’는 간단한 말 한 마디지만, 이는 엄청난 ‘일’이다. 하나님의 모든 지혜(우주를 운영하는), 권세, 의지가 담겨 있다. 마치 인간의 말 한 마디에 풍부한 경험, 지적 노하우, 창의성, 결단성 등이 다 담겨있는 것처럼... 말은 정신 노동의 ‘일’이다.
(b) 육체 노동: 에덴동산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일구셨다(2:8, 정원사),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셨다(2:7, 도자기 장인? 조각가?), 사람의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셨다(2:7, 응급의사? 예술적 영감을 주는 예술가?)
구약에는 일/노동을 표현하는 두 가지 어휘가 있는데 하나는 거칠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기능공이나 장인이 해내는 숙련된 노동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후자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하나님의 일 솜씨가 세련되고 전문가적이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말과 행동으로 일하시며 창조하셨다.
창조의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필요를 공급하는 일을 하신다. 햇빛과 비를 주셔서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가정에 자녀를 주시고, 사업의 기회를 열어 주시고, 고난 당할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시면서 인간의 필요를 끊임없이 공급해 주신다.
(2) 위임하는 일을 하신 하나님
하나님은 창조와 공급의 일에서 그치지 않고, 위임하는 일을 하셨다. 인간에게 하나님의 일을 맡기셨다.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게 하고(1:28), 에덴동산을 맡아서 돌보게 하고(2:15), 짐승들의 이름을 짓게 하셨다(2:19).
이런 일들은 하나님이 하셔도 되는 일이다. 아니, 하나님이 하시면 훨씬 더 잘 하실 일이다. 그런데도 인간에게 그 일을 맡기셨다. 생명의 원리와 법칙을 만드시고, 에너지와 물질 재료를 주시고, 창의성과 예술성을 불어넣어 주시고, 일할 무대까지 제공하면서, 하나님이 하시던 일을 더 발전시키고 꽃 피우라고 일을 맡기셨다. 그래서 인간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맡기느니 차라리 자기가 하는 게 속 편할 때가 많다. 일을 맡기려면 자신이 일을 잘 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방을 신임해야 하고, 잘 지켜봐 주며 도와주어야 한다.
(3) 하나님처럼 일하기
(a) 일은 죄의 결과가 아니다.
일은 형벌이나 저주가 아니다. 죄가 있기 전에 일을 주셨다. 이것을 아는 것은 너무너무 중요하다.
일하시는 하나님은 이제 인간의 손을 통하여 일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도록 지음 받았고 일을 위임 받았다. 인간은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고, 일의 유전자를 타고났다는 말이다.
일과 노동은 죄로 인한 저주가 아니라, 일하시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서 마련하신 가장 완벽한 설계이다.
(b) 일은 인간의 본질이며 기본적인 욕구다.
일은 음식, 잠, 미적 추구, 재미, 우정과 사랑, 예배 등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한다. 일을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누리도록 지음 받았다. 의미있는 일을 하지 못하면 심한 상실감과 공허함에 시달린다.
예) 회사에서 책상을 뺀다. 은퇴 후의 상실감
일하기가 힘들고 지겹지만 막상 할 일이 없어지면 일이 얼마나 정서적, 신체적, 영적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c)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산다’
인간은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래서 일거리를 잃으면 불안해진다. 돈 때문만이 아니다.
도로시 세이어즈(영국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신학자): ‘일에 관한 기독교적 관점은 무엇인가? 살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살아야 한다!’
엄청난 생각의 전환이다. 우리는 보통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을 이렇게 풀어 볼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일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일을 하도록 설계하셨고, 또 일을 맡겨주셨기 때문에, 일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일은 짐스러운 명령이나 죄의 무거운 멍에가 아니라, 기쁨과 보람으로 이끄시는 초대다.
(d) 일 그만하고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얼마동안? 평생 놀고 먹고 사는 팔자가 상팔자?
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물론 일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일이 힘든 것은 죄로 인한 벌 때문이지, 일 자체는 벌이 아니라 축복이다. 돈도 벌고, 시간도 보내고, 성과에 대한 보람도 얻고, 잘 했다고 칭찬과 존경도 받고, 일하면서 사람들과 교제하기도 하고...
일이 축복이고 일이 감사다. 우리는 일하도록 지음 받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2. 하나님처럼 쉬라
2:2 이렛날에는 하시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셨다.
하나님처럼 일할 뿐 아니라 하나님처럼 쉴 줄 알아야 한다.
일이 너무나 중요한 의미라고 해서, 쉼을 일을 위한 재충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1) 하나님은 굳이 쉬지 않아도 되는 분이시다. 다음 날을 위한 재충전이 필요없는 분이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엿새 동안 일하신 후 이렛날에 쉬셨다.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완전 휴식을 취하셨다. 그리고 인간에게도 일주일에 하루는 안식일로 쉬라고 명하셨다.
왜? 일이 중요하지만 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서다.
항상 뭔가 일을 해야 하는 성향의 사람, 일 중독자, 일이 우상이 된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또 제대로 쉼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2) 올바른 쉼/여가
(a) 우리는 어떤 식으로 쉬나? 내가 생각하는 혹은 즐기는 최고의 휴식/여가/쉼은 어떤 것인가?
밀린 잠 실컷 자기, 스마트폰 삼매경, 멍때리기, 좋은 영화 한 편 때리기,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 먹기, 경치 좋은 구경, 운동....
(b) 저자는 독일의 카톨릭 철학자 요제프 피퍼의 ‘여가, 문화의 기반’(Leisure, the Basis of Culture)을 소개한다.
피퍼는 휴식/쉼/여가란 그저 일을 안 하는 상태가 아니라, 효용가치나 쓰임새(활용도)를 떠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묵상하고 즐길 수 있는 정신적 영적 태도라고 주장한다. 여가가 나중에 더 일을 잘하기 위해서 갖는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라,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효용가치, 특히 돈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좀 허황되게 들릴 수 있다. 예) 그래서 결국 돈이 되는 거야? 그래서 얼마나 벌어? 돈이 얼마나 있어?
하지만 피퍼는 단순하고 평범한, 그래서 유용하지는 않지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하나님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쉼과 여가를 통해서 2가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배와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즐기는 시간이다.
(3) 성경을 바탕으로 하는 요제프 피퍼와 팀 켈리의 주장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a) 예배
예배가 일인가 쉼인가? 예배가 수단인가 목적인가?
만일 예배를 잘 드리면 복 주시겠지라는 기대라면 예배는 일이고 수단이다.
만일 예베를 통해서 은혜를 충만히 받고 그로 인해서 세상에 나가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기대라면 예배는 일이고 수단이다.
그게 아니라 하나님 한 분께만 집중하고 찬송하고 말씀 들으며, 성도의 교제를 하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한다면 예배는 쉼이고 목적이 된다.
어떻게 예배가 쉼이 되나?
그것이 인간 본연의 자세이기고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이다.
(b) 찬찬히 들여다보고 즐기기
하나님은 하시던 일을 마치고 보시기에 좋으셨다고 한다(1:4, 10, 12, 18, 21, 25).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난 후에는 보시기에 굉장히 좋으셨다(1:31).
이 말은 하나님의 쉼은 지쳐서 뻗어버리거나, 그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때리는 그런 쉼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나님이 손수 일하시면서 창조하신 세상을 찬찬히 바라보시며 아주 만족하시는 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하나님처럼 쉼을 가져보자.
(4) 사실 우리도 어느 정도 이런 식의 쉼을 갖는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잘 마친 후, 좋은 매출을 얻은 후, 계획된 전시회/공연을 만족스럽게 마친 후, 맛있는 음식들을 잘 준비하고 다들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족과 보람을 느끼면서 이런 일들을 잘 마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만물과 인간세상을 보면서, 마치 하나님이 느끼실 법한 만족과 보람을 느껴보자. 찬양하는 마음으로 만물을 바라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하나님이 어떻게 운행하시고 어떻게 인도하시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하나님이 하시던 일을 다 마치고 쉬실 때, 하나님의 눈에 보인 세상은 보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쉴 때, 한편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만물과 인간세상에 담겨진 하나님의 오묘한 손길을 바라보고 감탄하며 찬양하자.
결론
하나님처럼 일하자.
일은 죄의 결과가 아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일을 하도록 설계하셨다. 하나님의 일을 대신 하도록 설계하셨다.
일은 인간의 본질이며 기본적 욕구이다.
일은 하나님의 축복이요 감사제목이다.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맡은 일에 충실하자.
하나님처럼 쉬자.
재충전이 필요없는 하나님은 일부러 쉬셨다. 우리는 하나님처럼 쉬자.
단순히 재충전을 위해서, 다음 일을 위해서가 아니다. 쉼 그 자체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하나님이 지으신 만물과 사람들을 찬찬히 바라보며 찬양과 감사의 마음을 갖으면서 쉼을 갖자.
결단
일하기가 지겹다고 여겼나? 일하시는 하나님이 우리를 일로 초대하셨음을 기억하자.
기쁘게 일하자! 보람있게 일하자!
일에 빠져서 쉴 줄 모르지는 않는지? 올바른 쉼을 갖자!
2024/9/1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