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말

눅 1:13, 17-20

1. 대림절은 기다림의 절기

우리 인생이 기다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절기다. 비록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지만, 또 반드시 그래야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와 때를 기다리겠다고 고백하는 시간이다.

푸투룸과 어드벤투스

우리가 노력해서 만들어 가는 미래 푸투룸과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래 어드벤투스. 대림절은 어드벤투스의 의미이다. 전자를 위해서 애쓰며 노력해야 하지만, 인생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들은 다 후자에 속한다.

예) 출생 시각, 죽는 시간, 마음이 풀리고 관계가 개선되는 때, 1987년 6월 항쟁으로 얻기 시작한 민주화, 1991년 소련 체제가 붕괴되던 시간, 이 땅에 갈등과 전쟁이 그치고 평화가 오는 때, 예수님이 다시 오시고 하나님의 공의로 심판하시는 때, 새 하늘과 새 땅의 때

하나님은 약속하신 바를 반드시 이루신다. 우리는 그 날을 소망하며 참고 기다린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던 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2. 본문 설명

(1)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선구자 침례 요한의 아버지 사가랴의 이야기다.

사가랴는 제사장 가문. 그들은 평소에는 사는 곳에서 생업에 종사하다가 자기 조(아비야 조)의 차례가 되면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서 제사장 직분을 담당했다. 제비뽑기를 통해서 성전의 어떤 일을 담당할 것인지를 정했다. 사가랴는 제비뽑기를 통해서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상당히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분향은 기도를 상징한다. 성소(거룩한 곳)에 들어가서 온 백성을 대신해서 분향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역할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다. 평생 한 번 돌아올까 말까하는 역할이다.

(2) 성소에서 그 직분을 수행할 때 하나님의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서 놀라운 말을 했다.

13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간구를 주님께서 들어주셨다.

사실 사가랴는 늙은 나이가 되기까지 자식이 없었다. 그것이 사갸랴 부부의 큰 기도제목이었다.

자신들을 돌보아 줄 아들, 가문을 이어갈 아들, 명예로운 제사장 직분을 계승할 아들을 원했다.

뿐만 아니라 천사 가브리엘은 하나님이 그의 이름을 요한으로 정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하게 될 일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게 사가랴가 꿈꿔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일이었다. 제사장 집안의 아들인데 광야의 선지자가 되는 삶이다. 고생길이 훤~하다.

(3) 사가랴는 말문이 막혔다. 이제는 자식을 포기한 늦은 나이에 아들을 주신다는 뜻밖의 소식에 말문이 막혔다. 뿐만 아니라 그 아들을 전혀 뜻밖의 삶으로 인도하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에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18절 어떻게 그것을 알겠습니까? 나는 늙은 사람이요, 내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 말입니다.

약간 썰렁한 대답이다. 나이 탓을 하면서 믿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요한이 광야의 선지자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러자 천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20절 보아라, 그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내 말을 네게 믿지 않았으므로, 이 일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서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다니...!

우리 역시 찔린다.

때가 되면 이루어질 일인데(하나님이 이루실 것인데), 그걸 못 참고 조바심, 불만, 불평, 불신...

때가 되면 (하나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일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저항...

‘그 때’는 하나님의 때(카이로스)이다. 내가 정하는 때가 아니다. 

‘그 때’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때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고 아름다운 뜻이 이루어지는 때이다. 

‘그 때’까지 참고 기다릴 것인가? ‘그 때’를 잘 받아들일 것인가? 

3. 하나님의 때까지 참고 기다리나?

(1) 사가랴의 나이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을 기대하기 힘든 늙은 나이라고 한다. 60세? 20대에 결혼하는 문화이니까 40년을 기다렸다고 볼 수 있을까? 사가랴와 엘리자벳은 오래 동안(40년?) 아들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다림에 지쳐서 포기했다.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능력이다.

(2) 눅 2장에는 기다림의 대가 시므온이 나온다.

그는 의롭고 경건한 사람, 이스라엘이 받을 위로(메시야의 구원)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성령이 그에게 임하여 계신 사람이라고 소개된다. 그는 그리스도를 보기 전에는 죽지 아니할 것이라는 성령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었다. 얼마나 놀라운 지시인가! 그리스도를 두 눈으로 보게 되는 하나님의 때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시므온은 이제 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시므온은 율법이 정한 대로 장자/맏아들을 속하는 제사를 드리러 성전에 들어온 예수님 가족을 알아보게 되었다. 떨리고 흥분된 마음으로 아기 예수를 자기 팔로 안고 이렇게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눅 2:29-30 주님, 이제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 종을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가게 해주십니다. 내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Nunc Dimittis (눈크 디미티스, Now you dismiss: 이제는 놓아 주시는군요)

예) 임종 때, 임기 마칠 때, 은퇴할 때 인용함직한 구절

이스라엘이 받을 위로인 예수님을 자기 눈으로 볼 때까지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사명을 받은 사람 시므온. 그 하나님의 때를 평생 기다렸다. 그리고 결국 기다림의 소원을 이루었다. 

(3) 기다림의 기간이 쉽고 평탄하다면 참고 기다림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런 기다림이 어디에 있으랴. 영어로 인내는 patience(명사). 형용사는 patient. 그런데 patient는 환자를 뜻하기도 한다. ‘아파하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 파티오(patior)에서 유래했다. 참고 기다리는 것은 아픔을 겪는 일이라는 뜻이리라. 맞다. 참고 기다림은 현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은 채 견디어 내는 것이다. 

롬 5:3-5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을 자랑합니다. 우리가 알기로, 환난은 인내력을 낳고, 인내력은 단련된 인격을 낳고, 단련된 인격은 희망을 낳는 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난을 인내로 단련한 인격만이 희망을 희망으로 붙들 줄 알고, 그 바라는 바의 아름다운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다.

(4) 우리는 얼마나 오래 참으며 기다릴 수 있나?

거의 2년 간의 코로나 시대. 잘 참고 견뎌냈다. 

3년 만의 침례식. 힘들었다. 교회의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우울함 때문이었다. 눈물로 씨를 뿌린 열매를 맺는 기쁨이다.

신대원 학자금 대출 10년 동안 갚아나가기, 10년짜리 적금 붓기. 마지막 달의 희열!

자녀들의 성장(25~30년?). 맨날 감기로 소아과 병원 전전. 어느 새 결혼해서 딸을 낳고, 직장생활

또 무엇을 참고 기다려야 하나?

하나님의 때를 참고 기다리자. 그 때가 우리의 사명일 수도 있다. 

그 사명을 완수하고 시므온처럼 ‘눈크 디미티스/이제 나를 놓아주시는군요!’ 찬양할 수 있다.

4. 하나님의 때를 받아들일 수 있나?

하나님의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때이다.

(1) 사가랴는 늦은 나이에 아들을 주시겠다는 말을 믿지 못했다고 무려 벙어리가 되었다! 

좀 심한 것 아닌가? 불신과 벙어리는 무슨 연관이 있나? 쓸데 없는 말을 떠들지 말고 조용히 묵상하라는 뜻이 아닐까?

벙어리가 된 기간은 사가랴가 하나님의 뜻을 받아들이는데 걸린 기간이다. 하나님의 뜻은 사가랴의 아들이 제사장이 아니라 광야의 선지가가 되는 것이다. 드디어 아이를 출산하고 집안 사람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사가랴라고 이름 지으려고 하자, 사가랴는 서판에 분명하게 ‘요한’이라고 썼다. 아버지의 이름인 ‘제사장 사가랴’가 아니라 하나님이 부르신 ‘선지자 요한’임을 받아들인다고 분명하게 밝혔을 때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 사가랴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때(카이로스)까지 10개월이 걸렸다.

우리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나? 

그 시간이 짧을 수록 인생이 평탄하고 길수록 인생이 힘들다. 예) 야곱

흔히 하나님께 순종하면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해다. 순종하면 평탄하다. 불순종하면 좌충우돌 고생만 실컷하고 결국 하나님의 뜻대로 흘러간다. 중간에 나만 고생한 셈이다. 

예) “축구는 22명(11명씩 양 팀)이 90분간 공을 쫓아 달리다가 결국엔 독일이 이기는 스포츠다.” (영국의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

항복하면 행복하다. 저항하면 불행하다.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받아들이는 카이로스의 때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지치게 만드나? 그 이유가 혹시 내 뜻이 이루어질 때를 기다리기 때문은 아닌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을 받아들인다면 달라질 것이다.

결론

그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하나님의 말씀!

때가 되면 다 이루어질 것인데, 그걸 못 참고 조바심, 불만, 불평, 불신하지는 않는지?

그 때까지 잘 참고 기다리자.

때가 되면 하나님의 선하신 뜻대로 이루어질 일인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저항하지는 않는지?

그 때를 잘 받아들이자.

2023/12/10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