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신교의 특징 때문에 예배 시간에 읽혀지고 선포되어질 하나님의 말씀을 정하는 문제는 설교자들의 가장 오래된 고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전통적으로 몇 가지의 성경본문 선택법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 선택적 읽기: 이 방법은 설교자가 교회의 목회 계획과 교인들의 현실상황을 중시하면서 본문을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주제별 설교가 그 예입니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가장 선호된 방법이기도 한 이 방법은 교회의 현실에 부합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교자가 가지고 있는 목회계획이나, 교회의 상황에 따라 이미 전할 주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교자가 ‘말씀을 섬기고 봉사하는 자’가 아니라, ‘말씀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자’가 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동반될 때 잘못하면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2) 통독으로 읽기: 성경말씀을 책별, 장별로 선택하여 계속적으로 설교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방법은 종교개혁가 칼빈과 쯔빙글리가 즐겨 사용하였던 방법입니다. 요즘도 이런 전통에서 책별 강해설교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경말씀을 두루 접하게 된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긴 본문도 제법 있기 때문에(예: 레위기, 욥기) 설교보다는 성경공부에 더 적합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현실과 동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3) 성서일과(聖書日課): 교회는 역사적으로 예배에서 읽혀지고 해석될 성경말씀의 선택을 위한 조직적인 체계를 만들어 왔는데, 그것이 바로 성서일과입니다. 성서일과(혹은 성서정과)는 신·구약 성서말씀을 교회력에 따라 배치한 성서읽기표입니다. 이것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는데, 중세 로마 카톨릭 시대에 변질되었고 그로 인해 종교개혁 당시 외면당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 스코틀랜드 교회의 ‘예배회복운동’을 계기로 수정하여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카톨릭에서는 제2바티칸 공의회(1962-65)를 통해 체계적인 성서일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크게 환영하면서도 엄청난 자극을 받은 개신교계는 개신교의 실정을 고려한 수정작업 끝에 1992년 ‘개정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를 만들었고 전 세계의 영어권 개신교회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장점은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