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중에 교회가 할 일

렘 29:1-14

준비하던 고린도전서 강해 설교를 놔 두고, 영국의 탁월한 구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설교문을 뼈대로 설교한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신이 나오면 손쉽게 해결될 것 같았지만, 여전히 요원하다. 올해 말? 내년? (전문가들의 예측: 전문가를 무시해서는 안 됨)

그동안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예배드렸지만, 오늘은 전면 비대면 예배로 드린다. 온라인 예배와 모임도 좋은 대안이긴 하지만, 대체물에 불과하다. 백신이 나오면 금방 해결될 거라고 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나오고, 백신공급과 접종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것도 바라는 대로 쉽게 되지는 않을 수 있다.  

벌써 익숙해진 온라인 문화에 언젠가 대면시대가 될 때 예전처럼 회복될까? 대면시대가 오긴 올건가? 그럴 때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최악을 대비하고 최선을 기대하라. Prepare for the worst, Hope for the best.

정말로 대면시대가 영영 오지 않는 걸까?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예수님이 오시기 600년 전 쯤의 일이다. 바벨론이라는 당대 최강국에 의해서 나라가 망하고 성전이 파괴되고 포로로 끌려간 일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절망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조상들의 하나님, 자신들의 하나님을 예배하며 섬길 수 있겠나?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하나님이 주신 땅에 갈 수도 없는데 말이다.

이럴 때 하나님께서는 한 선지자를 통해서 말씀해 주셨다.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 말씀하셨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그 내용을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동족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서 3가지를 말한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사명, 새로운 희망

1. 새로운 관점: 현 상황은 하나님의 허락으로 일어난 일이다(4-5절)

이들이 포로로 잡혀간 상황을 1절과 4절은 좀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1절은 느부갓네살(바벨론의 왕)이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으로 잡아갔다고,

4절은 하나님이 예루살렘에서 바벨론을 잡혀 가게 했다고 한다.

이들을 포로로 잡혀가게 한 것이 둘 중에 누군가? 바벨론 왕인가? 하나님인가? 

정답은 둘 다!

한편으로는 영토확장을 위한 잔인한 전쟁의 결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을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몹쓸 바이러스로 인한 자연재해인가? 하나님의 주권 하에서 허락된 일인가? 둘 다! 냉정하게 말해서 바이러스는 죄가 없다. 그냥 자기생존을 위해서 일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파괴 인해서 자초한 일이다.

예)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차지하고 있던 땅이 지구의 14%

2020년이 되었을 때 인간이 거주/사용하고 있는 땅이 지구의 77%

(23%는 캐나다 북방 침엽수림, 알래스카 북극 툰드라, 아마존 강, 호주 사막 등)

즉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인간이 다 차지함

그동안 동물 안에서 살던 바이러스/박테리아가 생존을 위해서 인간에게 들어옴.

그래서 이런 바이러스와 함께,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뉴 노멀 시대를 맞이했다.

인간의 탐욕과 바이러스의 자연번식에 의한 것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함을 지속적으로 경고해 오셨다.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결국 멸망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수많은 경고를 주셨지만 인간이 무시한 결과다.

‘코로나는 하나님의 심판이다’라는 단순 논리는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이 그렇게 무식하게 무서운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판이기에 무조건 회개하면 코로나가 물러가는 것이 아니다. 인류 전체가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하나님이 무관하지 않지만, 하나님이 주도하신 일도 아니다.

하나님은 경고하셨고, 인간은 무시했고, 경고가 현실화 한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는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한 인류의 잘못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바벨론 포로가 하나님의 경고를 무시한 이스라엘의 잘못 때문인 것처럼...

오늘 코로나로 인해서 교회에 나오지 못하고, 교인 중 한 분도 교회에 나오지 못하고 각자의 처소에서 온라인으로 예배 드리시는 성도님,

하나님은 우리가 어느 곳에서든지 중심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 예배를 받아주십니다. 기쁘게 받아주십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을 기꺼이 받아 들여라.

그래서 바벨론에서 집을 짓고 정착하라. 과수원도 만들고 그 열매도 따 먹어라. 결혼해서 아들딸도 낳고 또 그 아들딸도 시집장가 보내라. 그곳에서 번성하라... 고 말씀하신다.

코로나 시기를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한다. 피해와 불편을 주기 때문에 피하고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기라면 기꺼이 받아 들여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아쉬움을 삼켜야 한다.

예배도 마찬가지다.

마치 예루살렘의 성전이 파괴되고 없어도, 바벨론의 이스라엘 공동체 모임에 함께 하셨다. (획기적인 변화!)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처럼 이 산(사마리아 그리심산)이나 저 산(예루살렘 시온산)이 아니라, 영과 진리로 예배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과 궤를 같이 한다.

2. 새로운 사명: 사회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섬기라(7절)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놀라운 사명을 주신다.

사로잡혀 가게 된 성읍(바벨론)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들은 적국이 아닌가? 조국을 멸망시키고 수많은 동족/가족을 잔인하게 죽인 원수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들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생각은 이렇다. 아브라함을 부를 때부터 ‘너만 복 주겠다’가 아니라 ‘너를 복의 근원/통로로 만들겠다’였다. 즉 이스라엘은 원래부터의 사명은 주위 사람을 복되게 하는 것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평안하게 하고 번영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바벨론으로 끌고 왔으니, 이제 그 일을 포로로 잡혀온 이곳에서 그 일을 하라는 것이다.

그들은 원수가 아닙니까? 그게 어쨌다는 거냐?

이 말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 5:44)와 가장 근접한 말씀이 아닐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기도하고 봉사하라!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반성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반성은 코로나 시대의 교회의 모습 때문이다. 사랑제일교회, 인터콥 BTJ센터, 여러 교회 운영의 국제학교.... 교회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반응. 정부/언론이 원망스러운 대목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떠나서 코로나 시기에 우리 사회의 평안과 번영에 기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미지, 전도에 도움 여하를 떠나서, 원수의 땅이라도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더 해야겠다. ‘기도’가 포인트가 아니라, 이 땅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살아감’을 말한다.

교회는 동떨어진 집단이 절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의 일부, 사회와 함께 가는 곳, 더 나가서 사회의 평안과 번영을 위해서 애쓰고 희생하는 곳이어야 한다.

보람은 작년에 했던 구제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얼떨결에 개척가정교회를 위해서 헌금해서 전달했다. 추석 때는 지역민을 위해서 음식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성탄절 때는 하늘꿈학교를 위해서. 그렇게 큰 금액이 나올지는 몰랐다. 놀라면서 감사했다. 조바심도 났다. 부채가 있는데... 그런데 다 채워주셨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평안과 번영을 위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

원래 이번 주일에는 설명절 때 지역주민을 위한 이웃 사랑나눔을 하자고 광고하려고 했고, 주중에 주민센터에 문의하려 했는데...

전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를 위해서 시민의식을 가지고 구제봉사를 해야겠다. 더 노력해야겠다.

살후 3:13 형제자매 여러분,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벧전 2:12 여러분은 이방 사람 가운데서 행실을 바르게 하십시오. 그렇게 해야 그들은 여러분더러 악을 행하는 자라고 욕하다가도, 여러분의 바른 행위를 보고 하나님께서 찾아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

1세기 로마사회에서 ‘선을 행하는 자’(문자적으로는 benefactor 은인)라는 단어는 그냥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선에 기여하고, 모두가 인정하는 방식으로 아낌없이 공익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전문용어.

3. 새로운 약속: 반드시 회복의 때가 온다(10-14절)

11절은 놀라운 위로의 말씀이다.

너희를 두고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다. 내가 너희를 두고 계획하고 있는 일들은 재앙이 아니라 번영이다. 너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려는 것이다. 나 주의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믿기지가 않는다. 나라가 망하고 적국에 포로로 잡혀와 있는데, 하나님의 계획은 재앙이 아니라 번영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시니! 아멘이다!

개인에게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민족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너희’는 줄곧 복수다.

이 시기는 힘든 고통의 시기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재앙이 아니라 번영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비록 그것이 하루 이틀 사이에 오지는 않고, 알 수 없는 오랜 기간 후에 오는 것이라 해도(70년처럼! 70년이 되지 않기를!!), 반드시 그 때는 온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이고 약속이다.

하지만 단서조항이 있다. 

12-13절 너희가 나를 부르고, 나에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의 호소를 들어주겠다.  너희가 나를 찾으면, 나를 만날 것이다. 너희가 온전한 마음으로 나를 찾기만 하면,

진심으로 하나님을 부르고, 하나님을 찾으면...

즉 회개하라는 것이다.

인류 전체의 탐욕으로 인한 재앙. 이에 한 부분이 되었던 것을 회개하자.

하나님의 계속된 경고를 무시했던 것을 회개하자.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내 일에만 집중했던 것을 회개하자.

내가 사는 사회의 평안과 번영에는 관심 없이, 나와 내 가정 그리고 우리 교회만 생각했던 것을 회개하자.

하나님만을 전심으로 찾지 않았던 것을 회개하자.

그러면,

이처럼 놀랍게 약속하신 대로 재앙이 아니라 번영 그리고 예수님 안에서 실현되었고 훗날 완성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시리라 믿는다.

1/31/2021 주일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