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예배순서 변화(2): 축도

7월부터 있을 예배순서의 변화 중 가장 두드려지는 순서는 아마도 축도일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교회는 축도가 아닌 마지막 기도로 예배를 마쳤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을 강하게 부각시키지 않는 침례교회의 오랜 전통의 영향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침례교회가 축도를 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 하면서, 축도의 긍정적 의미를 살려 보려는 의도에서 예배를 축도로 마치려고 합니다. 얼마 전 축도의 본문으로 인용되는 ‘아론의 축복’(민수기 6장)을 묵상 하면서 받은 큰 은혜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 축도의 의미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축도는 축복기도와 다릅니다.

먼저, 주체자가 다릅니다. 축복기도는 하나님께 복을 비는 기도로 그리스도인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목사가 교인을 위해서 또 교인이 목사를 위해서 축복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33기도’는 교회와 목사를 위한 청원기도이자 축복기도가 되는 셈이지요). 하지만 축도는 목사가 회중의 대표자 자격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목사의 ‘축복권’이나 더 나아가 ‘저주권’ 주장은 지나친 것이라고 봅니다.

한편, 대상도 다릅니다. 축복기도는 그 기도를 받는 대상이 하나님이지만, 축도는 그 축도를 받는 대상이 사람입니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내용입니다. 축도는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 복을 선언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이미 우리에게 임한 하나님의 복이 그들의 삶 속에 계속 임하기를 소망하는 일종의 선언이며, 목사가 예배에 참석한 회중을 향하여 행하여 예배를 마치는 예배의식입니다.

축도는 성경의 다양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후 13:13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를 인용하는데 마지막의 ‘성령의 교통하심’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교통(traffic)이 아니고 교제/사귐(communion 혹은 코이노니아)의 의미로 ‘교인들이 성령 안에 함께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교제’라는 뜻입니다.

고후 13:13을 인용하여 축도할 때 “축원하옵나이다”라고 마치는 것은, 아무리 기복적 이미지의 명령형을 탈피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축도를 기도로 만드는 듯합니다. 그래서 명령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복을 소망하며 선언하는 의미에서 “할지어다”라고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축도는 워낙에 목사가 감동적인 목소리로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할수록 축도의 능력이 있는 것이며 그런 능력 있는 축도를 통해서 복을 받는 시간이라는 오해가 일반화되었기에 이런 “할지어다”의 표현이 오해를 받을까 걱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어차피 목소리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