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예배다

마 16:15-18

다음 주일이 창립주일이다. 2000년 9월에 첫 예배를 드리면서 창립을 준비하다가, 2001년 2월 마지막 주일에 창립예배를 드렸다. 올해가 창립 22주년이 된다. 교회 창립주일을 맞이하면서 2주에 걸쳐서 교회에 대해서 설교 하려고 한다. 

1. 교회 활동의 양 축은 예배와 교제다. 

(1) 아무리 은혜스럽고 훌륭한 예배를 드린다 해도, 내가 아는 사람이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곳을 내 교회라고 하기는 힘들다. 

가끔 다른 교회를 방문해서 예배드릴 때 신선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하나님께만 집중하면서 은혜에 빠져들 때가 있다. 그러나 예배가 끝나면 뻘줌하다.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받은 은혜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2) 반면에 아무리 교제가 좋고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예배에 은혜가 되지 않는다면 그곳을 내 교회라고 하기는 힘들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정기적으로 목장모임을 하면서 참 재미를 누린다. 교사 활동, 부서 활동을 함께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라면? 예배는 의무감에서 참석하는 것이고, 맡은 일이 있으니까 오는 것이라면? 예배시간에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못하고, 찬양과 말씀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또 솔직하게 고백하는 시간이 없다면?

예) 지역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갑자기 돌아가신 예원교회 권사님. 상고 출신으로 회계업무에 능함. 오랜 기간 동안 신실하게 교회 회계업무를 담당. 남편은 믿지 않고 교회에 나오지 않음. 송파에 사시다가 남편이 은퇴하고 살림을 줄여서 수지로 이사. 대중교통으로 먼 길을 가는 아내를 걱정한 남편이 ‘그 교회에만 하나님이 계시냐? 가까운 교회에도 하나님이 계시지 않느냐?’ 권사님의 대답은 ‘내가 섬기는 그 교회에만 하나님이 계시다!’ 

맞나 틀리나? 이론적으로는 틀리다. 이론적으로 하나님은 어디에도 계시고, 내 교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교회에 계신다. 어디에서 예배드려도 예배를 받으신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로는 권사님이 맞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만 하나님이 계신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만 받으신다. 적어도 나의 예배는!

오늘은 먼저 교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예배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한다.

2. 희생이 있는 예배

(1) 예배에 은혜 받는 비결

어떤 분은 예배에 은혜를 받으시고, 어떤 분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배에 은혜를 받는 비결은 무엇인가? 

일단 멀리에서 오시는 분은 예배에 은혜를 받는 확률이 높다. 김포, 평택, 목감, 광명

그 이유는 희생을 치렀었기 때문이다. 내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서 먼 거리를 오는  희생을 치렀었기 때문에, 그 예배가 나에게는 감격이 되고 은혜가 된다. 

(비싼 물건을 사면 자기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굳이 좋은 점을 찾는 심리)

그렇게 보면, 거리만이 아니다. 일찍 와서 예배를 준비하는 분도 마찬가지다. 어떤 역할을 맡은 분도 마찬가지다. 교사, 찬양팀, 대표기도, 헌금위원 등

포인트는 희생이다. 희생이 있는 곳에 은혜가 있다!

나는 가까이 사는데? 맡은 역할도 없는데? 다음 날 예배를 위해서 너무 늦게까지 놀지 않는다면 그것도 희생이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자. 나는 예배를 위해서 무슨 희생을 치르나?

구약시대는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서 소/양의 제물을 이끌고 먼 길을 걸어서 성전에 갔다. 제사 드리는 사람이 직접 동물을 죽이고 각을 떴다. 먼 길을 가고, 값진 동물을 바치고, 직접 죽이고 각을 뜨는 수고가 있었다. 그럴 때의 예배는 감격이고 은혜다.

혹시 요즘은 너무 편하게 예배드리지 않는지?

우리 교회도 편한 시설이다. 주차 공간 걱정 하지 않고 올 수 있다(리프트 식이 좀 무섭지만. ㅎㅎ)

냉난방 시설 완비, 아늑하고 쾌적한 공간이다. 

시간에 맞춰서 교회에 와서 그냥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꼭 그런 건 아닌가? 좀 불편하게 만든다. 찬양시간에 일어나라고 하고, 여전히 옛날식으로 헌금 주머니를 돌리고, 설교 본문을 읽을 때도 일어나라고 한다. 설교 후에도 굳이 기도하라고 시킨다.

하나님의 은혜는 희생을 통해서 온다.

죄인을 구원하시는 크나큰 은혜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라는 커다란 희생을 통해서 온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의 작은 희생이 요구된다.

희생을 치를 때 하나님의 은혜는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2) 예배시간에 늦게 오는 습관

가만히 보면 습관이다. 어쩌다 늦는 게 아니라 늦는 게 습관이다.

11시 주일예배 시간은 우리가 정한 하나님과의 약속 그리고 성도들과의 약속이다. 예배시간에 늦으면 우선 하나님께 실례다. 실례가 아니라 무례다. 하나님은 안 보이니까 그렇다면 다른 성도들에게 실례다. 영화관에 영화 시작 후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다. (그래도 오는 게 낫다)

한국 드라마와 달리 요즘 영화는 도입부를 못 보면 영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짜여 져 있기 때문이다. 예배도 그렇다. 시작 기도부터 어떤 성구를 읽으면서 시작할지, 어떤 찬양으로 이어갈 지, 등등이 다 엮어져 있다. 그런데 중간에 들어오시는 분을 보면 걱정이 든다. 이해하실까? 문맥과 상관없이 편집해서 듣는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3) 주일예배를 소홀히 함

예배시간에 맞춰서 오는 성의(?)가 없는데 예배에 은혜가 있을 수 있을까? 그래도 예배에 안 오는 것보다 낫다. 꼭 빠질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씀!

물론 불가피한 일이 생기면 주일예배를 올 수 없다. 그야말로 어디에나 계시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면 된다. 그러나 정말로 불가피한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삼상 2:30 (개정개역) 나를 존중히 여기는 자를 내가 존중히 여기고 나를 멸시하는 자를 내가 경멸하리라

(나를 가볍게 여기는 자를 내가 무시하리라)

하나님을 업신여기는 엘리 제사장 집안의 모습을 보면서 사무엘 선지자에게 하신 말씀이다.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하다.

우리가 한 교회로 모여서 함께 예배드리는 주일예배, 그 예배의 대상이신 하나님을 존중히 여기는지? 아니면 가볍게 여기는지? 하나님/예배가 우선순위인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지?

몸 컨디션이 좀 안 좋으면?(코로나 이후 달라짐), 회사에서 일이 생기면?(치명적인 영향이 있나?), 여행일정에 편리해서, 부부싸움 해서.... 

주일예배를 빠지지 않고 잘 드리는 사람이 반드시 믿음 좋은 사람이고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사람이라는 단순도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하나님을 존중하기 때문에, 한 교회로 함께 드리는 주일예배를 귀하게 여기고, 어떻게 해서라도 빠지지 않고, 삶의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을 하나님이 어찌 존중히 여기지 않겠는가!

3. 고백이 있는 예배

예배는 참석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나와는 어떤 관계인지를 고백하는 것이다. 물론 말로만의 고백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고백, 삶을 다해서(실생활에서)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고백, 세상 어떤 일이 일어나도 붙잡겠다고 결단하는 고백. 예배는 고백이다. 

(1) 무슨 고백? 오늘 본문의 고백이다.

(새번역) 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십니다.

(개역개정)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예배시간에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이다. 

(아니, 교회는 하나님을 믿는 곳 아니야? 예수님은 하나님 어떤 분이신지 분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주신 분이다.) 

이 고백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a) 세상에서 아무리 험한 풍랑을 만난다 해도 예수님이 내 인생의 주인이시기에 두려움 없다!

말로는 하기 쉬워도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기는 힘든 고백이다. 실제로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험한 풍랑이 나를 휘몰아쳐서 내 인생이 망하게 될 것 같은 실제적인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배 중에 바람을 꾸짖어 잠잠케 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들으면서 그렇게 하기로, 그렇게 해 보기로 결단하며 고백한다.

(b) 나에게 있는 모든 것(재물, 재능, 시간, 에너지)의 사용/처분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 되신 예수님에게 있다는 고백이다. 

하기 힘든 고백이다. 아니, 하기 싫다. 그래서 안 내놓겠다고 버티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게 벌어지는 일을 통해서, 여러 가지 드는 생각을 통해서, 이런 고백을 하게 된다. 

예수님, 예수님이 저의 주인이십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개인만이 아니라 교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이 우리 교회의 주인이시다. 교회의 어려움을 지켜주실 것이다. 우리 교회의 모든 것의 주인은 예수님이시다. 예배시간에 끊임없이 이런 고백을 해야 한다.

(2) 예수님은 이런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신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문들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이 ‘반석’이란 베드로가 아니라, 베드로가 한 신앙고백이다.

예수님은 다른 것 위에다 교회를 세우지 않으신다. 돈과 사람과 상황 위에 교회를 세우지 않으신다. 믿음의 고백 위에 세우신다.

교회는 그리스어/헬라어로 에클레시아라고 한다. '안에서 밖으로(out of)'를 의미하는 전치사 '에크'와, '부르다(to call)'를 의미하는 동사 칼레오가 합해진 합성어이다. 따라서 이 말은 "밖으로 불러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디에 있는데 밖으로 불러내나? 끄집어 내나? 죄와 세상! 

예수님이 주인이 아니라, 내가 주인[혹은 다른 사람, 돈, 환경이 주인]이라고 믿고 사는 것이 죄이고 그런 곳이 세상이다. 그것에서 불러내어서 예수님만이 주인이라는 고백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다.

한국교회가 힘들어졌다.

한국교회는 70년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성장했다. 그러다가 90년대를 맞이하면서 정체기를 맞이하다가 최근에는 침체기에 빠졌다고 한다. 쇠퇴기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변화는 경제상황과 국민소득과 맞물려 있다. 국민소득이 만 불을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교회의 성장이 멈춘다는 사례를 보고하기도 한다. 굉장히 풍요로워졌다. 예전에는 교회가 문화 활동의 중심지였다면 요즘은 관심과 에너지를 뿜어낼 곳도 다양해졌다. 유럽이나 미국의 길을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기초를 붙들기만 하면 된다. 한국교회의 앞날이나 우리 교회의 앞날은 예수님께 맡기고 우리의 할 일은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시고, 예수님이 우리 교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고백하는 것이다. 예배시간 때마다 그렇게 한다. 그것이 교회의 할 일이다.

2/19/2023 주일예배